유출 사태로 MAU↓…충성 고객 이탈 방어 전력
대만서도 유출·공정위 조사까지…신뢰 회복 기로

쿠팡이 지난해 연간 매출 사상 최대를 달성하면서 이커머스 공룡의 면모를 제대로 뽐냈다. 다만 개인정보 유출 사태 여파로 4분기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이용자 수까지 감소하면서 성장 둔화 우려에 대한 적신호가 켜졌다. 업계는 올해 쿠팡 실적의 최대 변수는 무너진 고객 신뢰 회복과 충성 고객 이탈 방어가 될 것이라고 본다. 쿠팡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 나은 서비스와 상품군 확대, 성장 사업지인 대만 지역에 공을 들이겠다는 각오다.
2일 쿠팡Inc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345억3400만 달러(약 49조119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연간 매출이 역대 최대를 경신했지만, 기대를 모았던 ‘50조 클럽’ 가입은 불발됐다. 2021년 상장 이후 달러 기준 매출이 전분기 대비 하락한 적이 있지만, 원화 기준 매출이 하락한 것은 처음이다. 유출 사고가 있었던 4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97% 급감하는 등의 영향을 받았다.
쿠팡은 이번 유출 사태가 지난해 4분기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하면서 고객 신뢰를 얻는 데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김범석 쿠팡Inc 의장도 사태 이후 처음으로 육성으로 사과 메시지를 밝혔다. 그는 “고객은 우리가 존재하는 유일한 이유이며, 고객 신뢰를 얻기 위해 매일 같이 노력하고 있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쿠팡은 올해 전망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거랍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향후 몇 개월간 성장과 수익성이 둔화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개인정보 사고 영향은 고객 기대를 충족하는 경험을 제공하면서 연중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에 따르면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이 안정화됐고 1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설 연휴 시점 차이를 조정한 프로덕트 커머스의 1월 성장률은 약 4% 수준으로 저점을 형성했고, 2월부터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쿠팡 측 분석이다. 1분기 프로덕트 커머스 매출 증가는 고정환율 기준 5~10% 범위로 예상했다. 연간 조정 에비타(EBITDA) 마진 확대는 올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그동안 쿠팡은 로켓배송과 멤버십 혜택이 강력한 록인(Lock-in) 효과로 ‘로켓성장’ 신화를 썼다. 그만큼 올해 실적의 핵심 변수는 충성 고객의 이탈 방어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이용자 수 감소세가 뚜렷하다. 12월 3484만 명이었던 쿠팡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올해 1월 3401만 명으로 한 달 새 83만 명 가까이 줄었다. 4분기 프로덕트 커머스 활성 고객도 직전 분기보다 10만 명 감소한 2460만 명을 기록했다. 다만 유료 멤버십인 와우 회원 수도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최근 이탈률이 안정화되고 신규 가입도 회복세인 점은 고무적이다.
쿠팡은 올해 로켓배송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브랜드 상품 라인업 확대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쿠팡은 현재 70% 수준인 로켓배송 생활권을 전국 100%까지 확대·구축하는 게 목표다. 올해 충청권 물류거점인 제천물류센터 등의 완공이 예정돼 있다.
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도 이어갈 계획이다. 쿠팡이 제2의 핵심 시장으로 키우고 있는 대만은 4분기에도 세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며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최근 대만에서도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된 점은 악재다. 쿠팡은 대만 피해 회원들에게 한국과 마찬가지로 피해 1인당 1000대만 달러(약 4만6000원) 상당의 쿠폰을 지급하기로 했다. 대만 내 개인정보 유출이 뒤늦게 알려진 터라, 이를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쿠팡의 향후 대만 사업 향배를 가를 전망이다.
쿠팡은 배달 앱 쿠팡이츠 '끼워팔기' 혐의도 벗어야 하는 숙제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이 와우 멤버십을 통해 쿠팡이츠 등을 함께 제공한 행위가 끼워팔기에 해당한다고 보고 조사해왔으며, 최근 이 안건을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배달의민족과 함께 배달앱 경쟁 중인 쿠팡이츠의 강점이 와우 회원 대상 무제한 무료 배달인 만큼 제재 시 점유율 변화가 나타날 여력이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현재 복합 리스크에 동시다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거의 모든 매출이 한국에서 발생하는 만큼 올해가 신뢰 회복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