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통제 유지 속 데이터 개방 첫 발
글로벌 지도 서비스 경쟁 판도 변화 예고

정부가 구글의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엄격한 보안 조건을 전제로 허가하기로 했다. 군사·보안시설 가림 처리와 국내 서버를 통한 데이터 가공·검증 등을 조건으로 내건 결정이다. 이로써 구글이 2007년 처음 반출을 요청한 지 19년 만에 관련 논의가 조건부 허가로 마무리됐다.
국토교통부는 27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측량 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 회의를 열고 1대 5000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 여부를 논의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협의체는 "심의 결과 엄격한 보안 조건 준수를 전제로 반출 허가 결정을 의결했다"며 영상 보안 처리, 좌표 표시 제한, 국내 서버 활용 등의 조건 준수를 전제로 허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공간정보관리법)’에 따르면 1대2만5000 축척보다 세밀한 지도를 국외로 반출하려면 국토교통부 장관 승인이 필요하다. 1대5000 지도는 실제 거리 50m를 지도상 1cm로 축소해 표현한다.
협의체는 △영상 보안처리 △좌표 표시 제거 및 노출 제한 △국내 서버 활용을 통한 가공·심사 △보안사고 대응 체계 구축 △조건 이행 관리 등을 전제로 반출을 허용했다.
핵심은 국내 제휴기업의 국내 서버를 활용해 원본 데이터를 가공하고 정부의 검토·확인을 거친 제한된 데이터만 국외로 내보내는 방식이다. 내비게이션·길찾기에 필요한 범위에서 기본 바탕지도와 도로 등 교통 네트워크 데이터만 반출하도록 범위를 한정했다.
3차원 정보, 등고선 등 안보상 민감한 정보는 제외된다. 군사·보안시설이 추가·변경돼 수정이 필요할 경우 정부 요청에 따라 국내 제휴기업이 국내 서버에서 신속히 수정하는 절차도 조건으로 달렸다.
김태형 국토부 공간정보제도과장은 “군사·보안시설 가림 처리가 이번 허가의 이행 요건”이라며 “국내 제휴기업의 국내 서버에서 민감 정보를 가공·확인한 뒤 제한된 데이터만 반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협의체는 보안사고 대응과 관련해 반출 전 정부와 협의해 ‘보안사고 예방 및 대응 프레임워크’를 마련할 방침이다. 국가안보 관련 임박한 위해 또는 구체적 위협이 있을 경우 긴급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적 조치(레드버튼) 구현도 요구했다.
한국 지도 전담관(Local Responsible Officer)을 국내에 상주시키고 상시 소통 채널을 운영하는 방안도 조건에 담겼다. 조건 충족 여부를 정부가 확인한 뒤 실제 반출을 진행하며 지속적·중대한 불이행이 확인되면 허가를 중단하거나 회수할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호재 국토지리정보원 원장 직무대행은 “구글이 제시한 기술적 대안이 군사시설 노출과 좌표 표시 등 안보 취약 요인을 완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국내 서버를 통한 처리로 사후관리 통제권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조건부 허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협의체는 이번 결정이 외국인 관광 증진과 지도 서비스 기반의 경제·기술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국내 공간정보 산업에 미칠 영향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정부에는 △3차원 고정밀 공간정보 구축과 공간 인공지능(Geo AI) 기술개발 지원 △산업 지원 및 전문인력 양성 △공공수요 창출 등을 포함한 ‘공간정보산업 육성 및 지원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김 과장은 “안보 심의가 중심이지만 산업 쪽 파장도 외면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정량 분석까지 이뤄진 것은 아니어서 정부가 선제적으로 투자·지원책을 마련해 국내 업계가 대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구글이 고정밀 지도 반출을 처음 요청한 2007년 이후 19년 만의 조치다. 정부는 2007년과 2016년에도 같은 요청을 받았으나 안보상 이유로 불허해왔다. 이번에는 구글이 제출한 기술적 대안이 군사·보안시설 노출, 좌표 표시 등 취약 요인을 보완할 수 있다고 보고 조건부 허가를 결정했다.
구글은 즉각 환영 입장을 내놨다.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정보 부문 부사장은 이날 구글코리아를 통해 배포한 입장문에서 “한국 정부의 결정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이번 결정은 중요한 진전”이라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서비스 구현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정부 및 국내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해 한국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