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가상자산] 비트코인 바닥 신호?…채굴자 '항복 지수'에 쏠린 눈

기사 듣기
00:00 / 00:00

▲비트코인을 표현한 일러스트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디지털 자산 시장은 전통 금융시장보다 변동성이 크다. 가격이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언제나 시장의 ‘바닥’을 찾으려 한다. 특히, 하락장이 깊어질수록 공포는 극대화되지만, 역설적으로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그 지점이 중장기 매수 기회였던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지표가 '비트코인 항복 지수(Bitcoin Capitulation Index)'다.

28일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에 따르면 비트코인 항복 지수는 특정 단일 수치를 의미한다기보다, 시장 참여자 중에서도 채굴자들의 '항복(Capitulation)' 상태를 포착하기 위한 여러 온체인 지표를 통칭하는 개념에 가깝다. 지속적인 가격 하락으로 채굴 수익성이 악화될 때, 채굴자들이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보유 물량을 매도하거나 채굴을 중단하는 현상을 '항복'이라고 부른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인 글래스노드와 크립토퀀트 등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채굴자 항복 구간을 산출한다. 세부 계산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해시레이트(Hash Rate)와 채굴 난이도 변화 등을 결합해 잠재적인 시장 바닥 구간을 가늠한다는 점에서 원리는 유사하다.

채굴자 지표가 특히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는 이들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구조적 위상 때문이다. 채굴자는 신규 비트코인을 시장에 공급하는 주체이자, 상당량의 코인을 보유한 '큰 손'이다. 일반 개인 투자자와 달리, 채굴 기업이나 대형 채굴자는 한 번의 매도만으로도 시장 수급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채굴자는 비트코인 생태계에서 원가 구조를 가장 민감하게 체감하는 집단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전기료와 장비 감가상각비, 운영비 등을 포함한 채굴 원가 이하로 하락할 경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다. 자금력이 부족하거나, 구형 장비를 사용하는 채굴자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채굴기를 끄거나 보유 물량을 매도해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평소보다 많은 매도 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

채굴자들의 이탈은 네트워크의 총 연산 능력을 나타내는 해시레이트 감소로 이어진다. 해시레이트 급감과 채굴 난이도 하향 조정이 동시에 나타나는 구간은 통상 채굴자 항복 신호로 해석된다.

대표적인 지표가 '해시 리본(Hash Ribbons)'이다. 해시 리본은 해시레이트의 30일 이동평균과 60일 이동평균의 교차 여부를 통해 항복 및 회복 국면을 구분한다. 30일 이동평균선이 60일선을 하향 돌파하면 채굴자 항복 신호로, 30일선이 60일선을 상향 돌파하면 채굴자 회복 신호로 해석한다.

복합 지표를 활용해 항복 구간을 판별하기도 한다. 예컨대 글래스노드는 채굴 수익 스트레스를 나타내는 '푸엘 멀티플(Puell Multiple)'과 '난이도 하락을 동반한 해시레이트 이탈(Difficulty Ribbon Compression)'을 함께 분석한다. 두 신호가 동시에 낮아질 때 채굴자 항복 위험이 커진다고 본다.

역사적으로 채굴자 항복 시점은 비트코인 가격의 거시적 저점과 유사한 시기에 형성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채굴자는 장기 투자 성향이 강하고, 네트워크 유지라는 본질적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이다. 이들마저 시장을 떠나거나 물량을 던지는 시점은 매도 압력이 정점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추가 매도 물량이 줄어드는 구조가 형성되면, 수급 균형이 회복되면서 가격 반등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해시레이트 하락이 항상 가격 저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채굴자들이 밀집한 지역에서 폭설, 홍수, 전력 제한 등 외부 요인이 발생해 일시적으로 채굴이 중단될 경우에도 해시레이트는 급감할 수 있다. 이 경우는 가격 요인이 아닌 인프라 요인에 따른 변동이므로, 단순 수치만으로 성급한 해석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 항복 지수는 시장의 극단적 공포를 가늠하는 보조 지표"라며 "투자 판단의 절대적 기준이 되기보다는, 가격 흐름과 거시 환경, 유동성 상황, 파생상품 시장 동향 등과 함께 종합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극단적 공포가 형성되는 구간은 높은 변동성과 위험을 동반하지만, 동시에 장기적 관점에서는 구조적 기회가 싹트는 시기"라며 "채굴자 항복 신호는 그 경계선에서 시장의 심리를 읽을 수 있는 하나의 창"이라고 덧붙였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