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실상 외출이 금지됐던 2020년. 텅 빈 거리만큼이나 차갑게 얼어붙었던 소비 심리가 5년 만에 다시 꺾였습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소비지출이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뒷걸음질 쳤습니다. 과거에는 전염병이라는 물리적 제약 때문에 돈을 쓰지 못했다면, 지금은 누적된 고물가와 고금리라는 경제적 압박에 짓눌려 지갑을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질병의 공포보다 더 무섭게 가계 경제를 파고든 현재의 복합 위기 상황을 들여다보겠습니다.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돈의 액수는 커졌는데, 정작 손에 쥐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양은 줄어든 것입니다. 대중이 팬데믹 때보다 지금을 더 고통스럽게 느끼는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이 '착시 현상'에 있습니다.

반면, 재량껏 조절할 수 있는 비필수 소비는 철저히 외면받았습니다. 신발 지출이 2020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2.4%)를 기록했고, 일상의 스트레스를 달래주던 주류·담배 지출도 3년째 줄었습니다. 오락·문화 지출 역시 1.3% 감소했습니다. 팬데믹 시기에는 '어디를 가지 못해서' 안 썼던 돈을, 지금은 '너무 비싸서' 포기하고 있는 셈입니다.
더욱 뼈아픈 대목은 미래를 위한 지출마저 꺾였다는 점입니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요인도 있지만, 물가 상승을 고려한 교육비 실질 소비지출은 무려 4.9%나 급감했습니다. 가계 경제가 한계 상황에 다다르면서, 가장 마지막에 줄인다는 자녀 교육비나 자기 계발 비용마저 직격탄을 맞은 것입니다.

특히 하위 20%인 소득 1분위 가구의 명목 소비지출 증가율(5.7%)이 상위 20%인 5분위(4.3%)보다 높게 나타난 점도 우려스럽습니다. 고물가의 충격이 저소득층에게 훨씬 가혹하게 작용하여, 필수 생계비를 감당하기조차 버거운 상황임을 시사합니다. 질병의 터널을 빠져나왔지만, 겹겹이 쌓인 고물가와 고금리의 청구서가 우리 경제에 더 깊고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