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묶여 '성장동력' 둔화
연체율 2015년 이후 가장 높아
생산적ㆍ포용금융 강화도 '부담'

은행권이 수익성·건전성·공공성이라는 세 갈래 압박에 동시에 직면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성장 둔화 국면에 들어선 데다 예적금 이탈로 조달비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연체율도 10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한 가운데 포용금융과 생산적 금융 확대 요구까지 더해지면서 은행권의 경영 부담이 구조적으로 심화되는 모습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은행의 이자이익 비중은 일제히 하락했다. KB국민은행은 2024년 95.4%에서 2025년 93.5%로 2.0%포인트(p) 낮아졌다. 신한은행은 94.4%에서 90.7%로 3.8%p 떨어졌고, 하나은행은 91.8%에서 88.1%로 3.8%p 감소했다. 우리은행도 87.6%에서 87.1%로 0.5%p 줄었다. 여전히 90% 안팎의 높은 이자이익 의존 구조지만, 하락 폭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전통적 마진 기반 수익 모델의 압박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자이익 비중 하락은 비이자이익 확대 노력의 결과이지만, 가계대출이 묶이면서 자산 성장 동력이 둔화된 영향이 크다. 대출 영업 전반의 위축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신규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는 물론 기존 다주택자의 대출 연장과 대환 현황까지 점검하면서 추가 규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조달 환경도 녹록지 않다. 코스피 6000을 넘기면서 자금이 증권시장과 대체투자 상품으로 이동하며 예금 잔액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은행은 이를 방어하기 위해 고금리 특판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지난해 말 기준 정기예금은 52조986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 감소하는 등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예금 금리를 높이면 마진이 줄고, 낮추면 자금이 이탈하기 때문에 수익성은 더 압박받을 수밖에 없다.
건전성 지표 역시 부담 요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50%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0.59%로 전년 대비 0.09%p 상승했다. 경기 둔화와 금리 부담이 상환 능력을 압박한 결과로 풀이된다.
은행들은 통상 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을 부실채권(NPL)으로 분류해 외부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연체율을 관리한다. 다만 NPL은 장부가보다 낮은 가격에 처분되는 경우가 많아 매각 자체가 손실 확정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신규 연체 발생 속도까지 빨라질 경우 충당금 적립 부담이 더해지면서 수익성 압박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의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 확대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생산적 금융을 위해 기업대출을 늘리면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하는데다, 향후 경기 하강 국면에서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단기 정책 수행과 중장기 리스크 관리 사이의 균형이 더욱 중요해지는 대목이다.
포용금융 요구 역시 지속되고 있다. 이에 취약차주 지원, 지역동반성장 강조, 각종 수수료 감면 등 비용 요인이 늘어나고 있다. 공공적 역할만 강화되고 수익성 방어 여력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의 수익성 악화는 이미 가시화된 상태”라며 “몇 년 연속 최대 실적을 낸 것은 고금리 영향이 컸지만, 이제는 조달금리 부담이 커지고 대출 영업까지 제한되면서 업황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