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권한을 주주총회에 넘긴 것이 핵심”
KB증권 "오버행 영구 제거·경영진 주주환원 유도”
PBR 0.9배→1.3배 전망도…재계 경계심은 여전

‘6000피 시대’ 축포가 터진 25일 국회에서는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자기주식)의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자사주 소각은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 주당순이익(EPS), 주당순자산(BPS)이 높아지며 실질적인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장기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동력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그러나 경영계는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응할 경영권 방어 수단이 약화되고 위기 시 자사주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재무적 선택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전날 상정된 상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종결한 후 상법 개정안을 재석 176인 중 찬성 175인, 기권 1인으로 의결 처리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효율성을 높여 종합주가지수 6000·7000·8000으로 가는 데 힘을 주자는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회사가 새로 취득한 자사주를 1년 안에 소각하도록 한 것이다. 이미 보유 중인 자사주도 법 시행일로부터 6개월 유예기간을 거쳐 1년 내 소각해야 한다. 다만 임직원 보상이나 우리사주 등으로 활용할 경우에는 이사 전원이 서명한 보유처분계획을 매년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으면 보유가 가능하다. 외국인 지분에 법적 한도가 있는 공공·방송·통신 기업은 3년 이내 처분하는 예외 규정을 뒀다. 이를 어기면 이사 개인에게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오기형 코리아 프리미엄 K-자본시장 특위 위원장은 20일 법사소위 통과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자사주를 무조건 소각하라는 게 아니라 주주총회 동의를 얻으면 50년이든, 100년이든 유지할 수 있다"며 "이사회가 마음대로 결정하던 것을 주주총회에 넘긴 게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법안의 목표는 경영진의 자사주 사유화를 막고 일반주주를 보호하겠다는 데 있다. 오 의원은 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면 경영진이 회사 이익을 사유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주주들에게 줘야 한다"며 "자사주 제도를 정비해 일반주주 보호장치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도 "자사주는 경영권 강화가 주된 목적이 아니라 주주 환원 정책"이라며 "경영권 방어 문제는 의결권 공개 제도 등 재계 요구를 적극 수용해 후속 입법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따른 증시 체질 개선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강승건 KB증권 애널리스트는 '기보유 자사주 소각과 주가 상승에 대한 소고' 리포트를 통해 "자사주 소각은 잠재적인 오버행(매도 물량) 가능성을 영구적으로 제거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과거 안정적인 경영권 관리를 위한 목적이 일부 존재했음을 감안하면 기보유 자사주 소각은 경영진의 좀 더 적극적인 주주환원이나 성장, 수익성 개선 노력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될 수 있다"며 "경영진이 주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은 법안 통과를 앞두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1월 2일) 대비 이달 20일 기준 KRX 증권지수는 95.46% 급등했다. KRX 보험지수(39.26%)와 은행지수(38.75%)도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34.77%)을 웃돌았다. 3차 상법 개정안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금융주를 중심으로 주주환원 강화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기업들은 법 통과 이전부터 자사주 소각에 속도를 내 왔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기주식 처분 공시의 25.3%인 164건이 12월에 몰렸다. 1~11월 월평균 43.9건과 비교하면 세 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올해 2월 20일 기준으로도 이미 82건(1억1900만주)의 소각 공시가 접수됐다. 지난해 연간(378건)의 21%에 달하는 속도다.
다만 재계의 우려는 여전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자사주 10% 이상 보유 104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각 의무화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62.5%에 달했고 의무화되면 "자사주를 아예 사지 않겠다"는 기업도 60.6%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