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일 기준 국내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31조6384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27조원 수준이던 잔액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4조원 넘게 불어났다. 코스피가 올해 들어 40% 이상 급등하자 투자자들이 빚을 내 투자 규모를 키운 결과다.
신용 수요 급증에 증권사 창구도 빠르게 닫히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신규 신용융자 매수를 전면 중단했고, 한국투자증권은 신용거래 신규 약정과 증권담보대출을 잇달아 멈췄다. KB증권, NH투자증권, DB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등도 한도 관리에 나섰다. 자본시장법상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돼 있어, 상승장에서는 한도 소진 속도가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동시에 ‘공매도 대기 자금’도 사상 최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대차거래 잔액은 149조1528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연초 대비 36조원 증가했다. 지수 급등에 따른 단기 조정 가능성에 대비한 헤지 수요가 늘고 있다는 해석이다.
대차 잔액 상위 종목은 반도체와 2차전지, 바이오 대형주가 차지했다. 삼성전자(8조1183억원), SK하이닉스(6조7582억원),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한미반도체, 에코프로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올 들어 급등한 종목들에 매수와 동시에 매도 포지션도 쌓이고 있는 셈이다.
공매도 순보유 잔액도 늘었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순보유 잔액은 14조7152억원으로 연초 대비 20% 넘게 증가했다. 코스닥 역시 26% 이상 늘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공포지수의 움직임이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48선까지 올라섰다. VKOSPI는 코스피200 옵션 가격을 바탕으로 향후 30일간의 예상 변동성을 수치화한 지표다. 통상 15~20선은 안정, 30선 이상은 경계, 40선을 넘어서면 공포 구간으로 인식된다.통상 지수 급락기에 급등하는 지표가 상승장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은 고점 부담과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 심리가 커졌음을 의미한다.
지수는 이달 초 5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는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이후 약 6년만에 최고치다. 당시 VKOSPI는 60~70선까지 급등하며 시장이 패닉 국면에 진입했다.
과거에는 실물경제 붕괴 공포가 변동성을 끌어올렸다면 이번 국면은 증시 호황 속에서 과열과 쏠림, 유동성 집중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구조적 불안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시장 참가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추이와 26일 새벽 발표될 엔비디아 실적을 분수령으로 본다. 인공지능(AI) 랠리의 지속 여부가 확인되는 순간, 레버리지와 공매도 포지션의 향방도 함께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