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 TCC에서 내구성·성능 입증

한국선급(KR)이 암모니아 연료 선박의 상용화를 가로막아온 '배기가스 저감' 난제를 겨냥한 후처리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MW급 엔진에 적용해 육상 실증에 성공했다. 차세대 무탄소 연료로 주목받는 암모니아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겨냥한 기술 검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KR은 23일 해양수산부가 지원하는 '선박 배출 온실가스 통합관리 기술개발' 국책과제의 주관기관으로 참여해, 마이크로웨이브 촉매 가열 방식을 적용한 배기가스 후처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장시간 운전을 통한 성능·내구성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실증은 군산 소재 KR 그린쉽기자재시험·인증센터(KR TCC)에서 진행됐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촉매 온도 제어'다. 암모니아는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₂)와 황산화물(SOx)을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선·해운업계의 유력한 무탄소 연료로 거론된다. 실제 International Energy Agency(IEA)는 ‘2050 탄소중립 로드맵’에서 2050년 전체 선박 연료의 약 44%를 암모니아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암모니아 엔진이 완전한 ‘무공해’는 아니다. 연소 과정에서 산화질소(NOx), 아산화질소(N₂O), 미연소 암모니아(NH₃) 등이 배출될 수 있다. 이들 물질은 강력한 온실가스이거나 대기오염 물질로, 국제 규제 환경이 강화될수록 저감 기술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
KR이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은 마이크로웨이브를 활용해 촉매를 신속하고 정밀하게 가열, 활성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기존 전기히터 방식 대비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다양한 운전 조건에서도 정화 성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항해 환경 변화에 따른 부하 변동 상황에서도 연료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배출 저감 효율을 유지하는 것이 상용화의 관건이다.
이번 과제에는 에코프로HN,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마린솔루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산·학·연 주요 기관이 참여했다. 연료·엔진·기자재·실증을 아우르는 구조로, 기술 개발부터 성능 검증까지 전 과정을 공동 수행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관건은 상용화 속도다. 암모니아는 저장·운송이 비교적 용이하고 기존 인프라 활용 가능성이 높지만, 독성 관리와 배출 후처리 기술이 병행되지 않으면 국제 환경규제의 벽을 넘기 어렵다.
특히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단계적으로 강화되는 상황에서, 실증을 넘어 선급 인증과 선박 적용 확대까지 이어질지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KR 김대헌 부사장은 "암모니아 연료 선박 상용화를 위해서는 연료 기술뿐 아니라 배기가스 후처리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향후 다양한 이중연료 엔진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무탄소 선박 전환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암모니아는 ‘탄소를 태우지 않는 연료’다. 그러나 배출을 제어하지 못하면 친환경이라는 이름도 흔들린다. 이번 실증은 암모니아 선박 시대의 전제조건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한 사례로 읽힌다. 기술은 한 걸음 나아갔다. 이제 남은 과제는 바다 위에서의 검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