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D램 1위 탈환…HBM 훈풍 속 내부 리스크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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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왕좌’ 되찾은 삼성전자
직원 평균 연봉 1.5억 ‘사상 최고’…치솟는 인건비 부담에 ‘속앓이’
임금교섭 결렬로 갈등 격화…“노사 성숙한 타협 필요”

▲그래픽=손미경 기자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부가 D램 판매 호조에 힘입어 1년 만에 글로벌 D램 시장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업계 최대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HBM4 시장에서도 1위 굳히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화려한 ‘왕좌의 귀환’ 이면에는 남모를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치솟는 인건비 부담과 성과급 산정 방식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자칫 내부의 파열음이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매출 191억5600만달러(약 27조7000억원)를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40.6%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시장 점유율 역시 직전 분기보다 2.9%포인트 상승한 36.6%를 기록, SK하이닉스(32.9%)를 따돌리고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앞서 삼성전자는 작년 1분기 HBM 시장을 선점한 SK하이닉스에 1992년 이후 33년 만에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4분기 들어 압도적인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5세대 HBM(HBM3E) 공급을 본격화하고, 고용량 DDR5와 저전력 고성능 D램(LPDDR5X) 등 고부가 범용 D램 판매를 크게 늘리며 선두 탈환에 성공했다. 평균판매단가(ASP) 역시 전반적인 시장 가격 상승과 서버용 제품 중심 판매로 약 40%나 오르며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

HBM과 범용D램,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며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각각 245조원, 179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 한국 기업의 역대 최고 영업이익은 2018년 삼성전자가 달성한 58조9000억원이다.

하지만 외형적인 성과와 달리 내부적으로는 고비용 구조와 노사 갈등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역대급 호황 속에서 회사의 전체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 역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한국CXO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 보수(연봉)는 전년 대비 약 20% 급증해 1억5300만원에서 1억5800만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사상 최고치다.

2026년도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도 파행을 겪으며 노사 갈등이 점점 높아지는 모양새다.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이하 초기업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노조’ 등으로 구성된 공동교섭단은 지난 19일 2026년 임금교섭 결렬을 공식 선언했다. 노조 측은 즉각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조정 신청에 돌입했으며, 향후 조정이 결렬될 경우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한 쟁의권 확보까지 단계적으로 나아가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게양대에 걸린 삼성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번 갈등의 핵심 쟁점은 단순한 기본급 인상률을 넘어선 ‘초과이익성과급(OPI) 산정 방식’ 개편에 있다. 노조 측은 기본급 7% 인상과 함께, 전체 영업이익의 20%를 OPI 재원으로 삼아 상한선 없는 성과급을 지급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노사 합의를 통해 기존 성과급 상한선(기본급 1000%)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삼기로 한 바 있다.

반면 사측은 글로벌 불확실성과 고정비 부담 등을 이유로 기본급 3% 인상과 현행 성과급 제도 유지를 고수하고 있다. 사측은 팽팽한 대립을 풀기 위해 “초과이익성과급 발생 영업이익을 연초에 공지하고, 반도체(DS) 부문이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국내 1위를 달성하면 영업이익 1조 원당 초과 이익을 전액 주식으로 지급하겠다”며 파격적인 수정안을 제안했지만, 노조 측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며 교섭 중단을 선언했다.

특히 삼성전자에 1969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과반 단일 노조’가 탄생했다는 점은 이번 갈등의 파괴력을 배가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현재 복수 노조 체제에서 결집한 공동교섭단은 전체 직원 수의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만약 6만5000명에 달하는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가 쟁의 행위에 나설 경우, 대규모 인력이 빠지면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노조 요구를 수용해 성과급을 크게 늘릴 경우 미래 투자 여력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사업의 업황 변동성(사이클)에 따라 불황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오일선 CXO 연구소장은 “삼성전자는 실적에 따른 성과급에 따라 직원 연봉이 크게 달라지는 구조다보니, 노조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경영진 입장에서는 고정비 증가가 큰 위험 부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삼성전자는 노조가 없다가 최근에 생기면서 노사간 갈등 조정에 대한 축적된 경험이 없어 이런 파열음이 이어지는 것 같다. 지속 가능한 성과 배분 체계에 대한 노사의 성숙한 타협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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