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금·신용융자잔고 고점…유동성 장세에 업종 재평가
자사주 소각·상법 개정 모멘텀…저평가 탈출 시동

국내 증시 거래대금이 급증하면서 증권주와 증권 상장지수펀드(ETF)가 동반 급등했다. 증시 활황에 따른 증권사 실적 개선 기대와 주주환원 정책 강화가 맞물리며 관련 지수가 시장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흐름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11개 증권주로 구성된 KRX 증권지수는 20일 기준 3064.23으로 올해 들어 100.3% 상승했다. 최근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끈 KRX 반도체지수 상승률(51.4%)과 비교해도 두 배 가까운 오름폭이다. 코스피가 연일 고점을 경신하는 과정에서 증권 업종이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는 평가다.
증권 관련 ETF 수익률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증권’은 같은 기간 101.7% 상승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증권’은 100.2%,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증권고배당TOP3플러스’는 101.3% 올랐다. 레버리지 상품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개별 종목뿐 아니라 업종 전체를 담는 상품으로 자금이 유입되며 ‘업황 베팅’ 성격의 투자도 강화되는 모습이다.
개별 증권사 주가 상승세도 뚜렷하다. 일부 증권사는 연초 대비 두 배 이상 오르며 업종 전반의 재평가 기대를 키우고 있다. SK증권은 106.6% 상승했고 상상인증권은 75.3%, 한화투자증권은 49.5% 올랐다. 저평가 업종으로 분류됐던 증권주가 거래대금 증가와 정책 변화라는 ‘이중 모멘텀’을 맞아 본격적인 리레이팅(재평가)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주 강세의 배경에는 거래대금 급증에 따른 실적 성장 기대가 자리한다. 지난달 국내 주식시장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62조3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89.1% 증가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339.0% 급증했다. 거래가 늘수록 위탁매매 수수료와 금융수익이 확대되는 증권사 구조상 실적 레버리지 효과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시장 유동성 지표도 고점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다. 투자자 예탁금은 100조원대를 웃돌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고, 신용융자 잔액 역시 30조원대를 웃도는 수준이다. 개인과 기관의 회전율이 동시에 높아지면서 위탁매매 수익 개선 기대도 커지고 있다.
정책 변수 역시 우호적이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는 3차 상법 개정 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자사주 비중이 높은 증권사에 대한 관심이 확대됐다.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대신증권과 자사주 비율이 절반이 넘는 신영증권의 주가가 급등하는 등 주주환원 정책이 주가에 즉각 반영되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급등에도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평가와 함께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언급한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역사적 고점은 주로 1988년에 형성됐고 당시 거래대금과 신용공여 증가에 힘입어 시장을 주도했던 업종"이라며 "최근 상승에도 아직 역사적 신고가를 돌파하지 못한 종목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종 특성상 단기 급등 구간에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우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권업종은 기관과 개인의 회전율 추가 상승을 전망하며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한다"면서도 "주가 변동성이 큰 만큼 조정 구간에서의 분할 접근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