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묶은 마트⋯소비자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대형마트 전체 매출 뛰어 넘은 쿠팡
엉뚱한 곳으로 흐른 ‘규제의 과실’
실효성 논란에도…국회, 규제 2029년 연장

2012년 ‘골목상권 보호’라는 명분으로 도입된 유통산업발전법은 14년이 지난 지금 전혀 다른 결과를 남겼다.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던 규제는 오프라인 유통만 묶어두는 족쇄가 됐고 그 사이 온라인 플랫폼은 사실상 무제한에 가까운 환경에서 급성장했다. 정치적 명분은 강했지만 시장 변화에 대한 경고는 묵살됐다. 소비가 전통시장으로 이동하기보다 온라인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우려는 입법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규제는 의도한 보호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채 유통 질서만 재편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2일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현행 유통법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제한하고, 월 2회 공휴일 의무휴업을 규정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거점으로 한 온라인 배송도 할 수 없다.
이 법은 2012년 골목상권 보호와 마트 노동자의 건강권 보장을 내세워 도입됐다. 당시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이었던 김영환 민주통합당 의원(현 충북지사)이 입법을 주도했다. 김 의원은 당시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의 동반성장을 위해 소상공인 보호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도입 초기부터 우려도 적지 않았다. 대형마트 영업을 제한해도 소비가 전통시장으로 이동하기보다 온라인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었다. 그럼에도 법안은 경제민주화 흐름 속에서 국회 문턱을 넘었다.

14년이 지난 현재 시장 구조는 크게 달라졌다. 소비는 전통시장보다 온라인으로 이동했다. 규제 적용을 받지 않았던 쿠팡과 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들은 365일·새벽배송 체계를 구축하며 몸집을 불렸고 대형마트는 영업 제한과 배송 금지에 묶여 경쟁력을 잃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최근 5년(2021~2025년)간 온라인 매출은 연평균 10.1% 증가한 반면 대형마트 매출은 연평균 4.2% 감소하며 역성장했다. 쿠팡의 연매출은 2012년 1000억원대에서 2024년 41조원으로 급증해 대형마트 전체 판매액(37조1000억원)을 넘어섰다. 규제는 오프라인에 집중됐고 시장의 무게중심은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기울어진 운동장’의 결과로 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법이 시대를 역행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은 위축됐고 온라인은 규제 프리미엄까지 누렸다”면서 “시장의 무게추가 온라인으로 완전히 기울어진 상황인데 손을 쓰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국회는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규제 일몰 기한을 2029년 말까지 4년 연장했다. 실효성 논란에도 기존 틀을 유지한 것이다. 최근 정부와 여당, 청와대가 대형마트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변화 가능성은 열렸다. 개정안은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은 유지하되 온라인 배송만 허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련 개정안을 이달 초 대표 발의했다.
다만 소상공인 보호와 노동 이슈가 맞물려 있어 입법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유통법 개정만 부각되고 있지만 소상공인 상생 대책을 함께 추진하겠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며 “단순히 대형마트의 새벽배송만 허용해주는 것이 아니라 개정안이 미칠 영향을 함께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기존 규제의 부작용을 보완하고 변화한 유통 환경에 맞게 제도를 재정비하겠다는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