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 마카리 FDA 국장 “두 번 임상 관행 종식”…신약 개발 비용·기간 단축 기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신약 승인 과정에서 사실상 관행처럼 자리 잡았던 ‘두 건의 임상시험 요구’ 원칙을 완화하고 고품질 임상시험 한 건만으로도 허가 심사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에 나선다. 신약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글로벌 의약품 규제 환경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제약바이오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마티 마카리(Marty Makary) FDA 국장은 1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 기고문에서 “두 건의 임상시험을 요구해 온 오랜 관행을 종료하고 하나의 고품질 임상시험을 기본값(default)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마카리 국장은 “환자들이 효과적인 치료제에 더 빠르게 접근하도록 하는 것이 규제기관의 역할”이라며 “과학적으로 설계된 단일 임상시험이 충분한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면 반복 시험을 요구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의회는 1997년 식품의약품현대화법(FDAMA)을 개정해 단일 핵심 임상시험(one pivotal trial)과 보조 근거 자료만으로도 신약 승인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그러나 FDA는 실제 심사 과정에서 두 건 이상의 임상시험 결과를 요구하는 사례가 일반적이었다.
마카리 국장은 “규제 체계가 시간이 지나며 필요 이상으로 복잡해졌다”며 “법이 허용한 유연성을 다시 활용해 생물의학 혁신 속도를 높이려 한다”고 설명했다. FDA는 치료 대안이 부족하거나 임상적 효과가 명확히 입증된 질환 영역을 중심으로 단일 임상 기반 승인 활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미국 의료 저널 AJMC(American Journal of Managed Care)는 이번 정책 방향이 신약 개발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비용 부담 문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후기 임상시험 한 건에는 수억 달러 규모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임상시험 수 감소는 개발 효율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제약산업 전문 매체 파마슈티컬 이그제큐티브도 “FDA가 과학적 엄밀성을 유지하면서도 불필요한 중복 시험을 줄이려는 접근”이라고 평가하며 심사 속도 개선 가능성을 언급했다.
FDA는 단일 임상시험 기반 심사로 전환하더라도 데이터 품질 기준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마카리 국장은 “임상시험 수를 줄이는 것이 기준을 낮춘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오히려 더 정교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연구 설계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책 변화는 미국 허가를 글로벌 진출의 핵심 관문으로 삼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단일 임상시험 기반 승인 활용이 확대될 경우 임상 설계 단계에서 비용 부담이 줄어들고 개발 기간 단축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소 바이오텍의 신약 개발 진입 장벽이 낮아질 수 있다.
특히 희귀질환·항암제·혁신 치료제 분야에서 미국 시장 진입 전략이 보다 공격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임상 데이터의 질과 설계 완성도가 이전보다 더욱 중요한 경쟁 요소로 부각할 수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력이 낮은 우리에게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며 “한국의 규제기관도 미국 사례를 벤처마킹해 신약 허가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고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