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줄이고 NYT 담은 버크셔…‘AI 시대’ 읽는 현인의 새 포석? [이슈크래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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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비중 소폭 축소하고 NYT 신규 편입…‘전량 매도’ 아닌 ‘리밸런싱’
빅테크 AI 학습용 데이터 수요 급증…NYT의 ‘텍스트 IP’ 가치 재조명
단순 신문사 아닌 ‘구독 번들’ 플랫폼…버핏 선호하는 ‘경제적 해자’ 갖춰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2018년 5월 7일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마하(미국)/AP연합뉴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 변화가 월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버크셔가 그동안 포트폴리오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던 애플의 지분을 일부 줄이고, 대신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 주식 약 510만 주를 신규 매수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아이폰을 만드는 세계 최고의 기술주 비중을 줄이고, 한때 사양산업으로 불렸던 신문사 지분을 새로 사들인 배경은 무엇일까요?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종목 교체가 아닌, AI 시대에 변화하는 가치의 기준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버크셔의 이번 선택에 담긴 함의를 세 가지 포인트로 짚어봤습니다.

애플 ‘손절’ 아닌 ‘비중 조절’…NYT는 왜?

▲미국 뉴욕시 뉴욕타임스(NYT) 빌딩이 보인다. 뉴욕/AFP연합뉴스
먼저 오해를 바로잡아야 할 부분은 버크셔가 애플을 ‘버렸다’는 것이 아닙니다.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버크셔는 애플 보유 비중을 소폭 줄였을 뿐, 여전히 애플은 버크셔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약 620억 달러 규모)을 차지하는 핵심 종목입니다. 이는 리스크 관리 차원의 리밸런싱 성격이 강해 보입니다.

주목할 점은 뉴욕타임스의 신규 편입입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버크셔가 NYT를 단순한 언론사가 아닌, AI 시대에 필수적인 ‘원천 데이터 기업’으로 재평가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둡니다. 생성형 AI가 고도화될수록 정확하고 검증된 텍스트 데이터의 희소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와 달리, NYT가 수십 년 이상 축적해 온 방대한 아카이브는 AI 학습에 있어 대체 불가능한 ‘고품질 교과서’나 다름없습니다.

빅테크가 돈 싸 들고 온다…‘데이터’가 곧 현금

(출처=구글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실제로 최근 빅테크 기업들은 AI 모델 학습을 위해 뉴스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저작권법 이슈가 부각되면서 과거처럼 데이터를 무단으로 긁어가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언론사와 빅테크 간의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이 새로운 수익 모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NYT 역시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 있습니다. 최근 아마존과 연간 수천만 달러 규모의 AI 관련 콘텐츠 제휴를 맺는 등 ‘텍스트 IP’의 현금화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비록 오픈AI 등과는 저작권 침해 소송을 진행 중이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NYT 데이터의 가치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시장은 버크셔가 이러한 흐름을 읽고 NYT의 ‘데이터 협상력’에 베팅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문 넘어선 ‘구독 플랫폼’…버핏의 ‘해자’ 이론 부합

(출처=구글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마지막 이유는 NYT의 견고한 ‘구독 모델’입니다. 버핏은 경기 침체에도 소비자가 지갑을 닫지 않는, 경쟁자가 넘볼 수 없는 ‘경제적 해자’를 가진 기업을 선호합니다.

지금의 NYT는 종이 신문에 머물지 않습니다. 뉴스뿐만 아니라 ‘워들’ 같은 게임, 요리 레시피, 쇼핑 정보, 스포츠 등을 하나로 묶은 번들 상품을 통해 강력한 디지털 플랫폼으로 진화했습니다. 독자들을 가둬두는 ‘락인 효과’가 뛰어나고, 월 구독료 기반의 현금 흐름이 안정적이라는 점은 버크셔의 투자 철학과도 맞아떨어집니다.

결국 버크셔의 이번 선택은 ‘기술주 만능주의’에서 한발 물러나, 기술의 재료가 되는 ‘콘텐츠 본질’의 가치에 주목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AI 거품론과 옥석 가리기가 한창인 지금, “가장 오래된 것이 가장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투자의 격언을 다시금 떠올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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