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급감·정제마진 하락 우려 전망⋯항공사, 유가 1달러만 올라도 400억 손해
해운·항공업계, 연료비·환율 '이중고'⋯"위기시 개별 대응 한계, 정부 차원 대책"

중동 정세가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으며 원유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에 ‘봉쇄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유가 급등과 물류비 폭등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가시화되자, 원유 의존도가 높은 정유업계와 글로벌 공급망의 최전선에 있는 해운·항공업계는 국제 정세 변화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협상 공전 속에 미군의 군사 작전 가능성이 가시화되자,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20%를 담당하는 핵심 요충지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는 해협 봉쇄 시 유가 및 물류비 폭등이라는 직격탄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이란에도 큰 부담이기 때문에, 실제 봉쇄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군사 훈련을 이유로 이날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수 시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한국 경제의 취약한 수급 구조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중동 원유 의존도는 69.1%에 달한다. 전체 도입량 약 10억 2800만 배럴 중 7억 배럴 이상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등 중동 산유국에서 들어온다. 이 물량의 9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정유 업계다. 통상 유가 상승은 정유사가 미리 사둔 원유의 가치를 높여 일시적인 재고평가이익을 가져다주는 호재로 인식된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결이 다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봉쇄는 업계가 가장 피하고 싶은 최악의 지정학적 시나리오”라며 “단기간에 유가가 급등하면 소비 심리가 얼어붙어 석유 제품 수요 자체가 급감하고, 결국 정제마진 하락이라는 악순환을 부른다”고 우려했다.
설상가상으로 고환율 여파도 계속되고 있다. 원유를 전량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가와 환율이 동반 상승하면 원가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산 원유 도입 확대 등 수입선 다변화와 환 헤지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지만,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튀어 오르는 복합 위기 상황에서는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물류와 여객을 책임지는 항공·해운 업계도 살얼음판을 걷는 중이다. 항공사의 경우 영업비용의 약 30%를 항공유가 차지하는데, 유가가 오르면 연료비 부담이 직격탄이 된다. 대한항공의 경우 연간 유류 소모량이 약 3050만 배럴에 달한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만 올라도 약 3050만 달러(약 400억 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는 해운업계에도 최대 리스크다. 국내 최대 선사인 HMM은 현재 중동 정기 컨테이너 서비스를 정상 운영 중이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우회 노선 및 대체 항만 확보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산업계 전반에서는 유가, 환율, 물류비가 동시에 오르는 ‘신(新) 3고 현상’이 재점화될 경우,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동시에 확대되는 지금의 상황은 기업 개별적인 대응을 넘어선 수준”이라며 “정부 차원의 모니터링과 공급망 안정화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