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1호 대미투자 프로젝트도 발전·에너지·핵심광물 인프라에 집중될 듯

미국의 전방위적 통상 압박 속에 일본이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를 선제적으로 확정하면서 우리 정부의 대응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19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박정성 산업부 통상차관보를 단장으로 한 실무 협상단이 전날 미국으로 출국했다.
실무단은 미국 상무부 관계자들을 만나 대미 투자 프로젝트 후보 사업과 상업적 타당성, 추진 절차 등을 집중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이번 방미는 늦어도 다음 달 초로 예상되는 대미투자특별법의 국회 통과 이후 신속하게 사업에 착수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풀이된다. 법안 처리 즉시 투자 프로젝트를 구체화할 수 있도록 후보군을 선제적으로 압축하고 이견을 조율하겠다는 취지다.
체코 원전 출장을 마친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국내에 머물며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수시로 화상회의 등을 통해 협상을 총괄하고 있다. 아직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아 공식 협의위원회가 구성되지는 않았지만 정부는 산업부 등 관계 부처와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임시 추진체계를 가동해 유력 후보 사업을 사전 점검 중이다. 행정부 차원에서 후보 사업을 미리 정해놓고 법안 통과 이후 이를 즉시 추인해 속도전을 펼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이토록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일본의 첫 투자 확정으로 미국이 한국에도 구체적인 대미 투자 계획을 당장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일본이 약속한 5500억달러 투자 가운데 총 360억달러(약 52조원) 규모의 1차 프로젝트 3개를 발표했다.
이 중 대부분인 330억달러는 오하이오주 가스 화력발전소 건설에 투입된다. 원전 9기와 맞먹는 9.2기가와트(GW)의 전력을 생산해 미국 약 740만 가구에 공급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전력망 안정성을 강화하고 에너지 비용을 낮춰 미국 제조업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빅테크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장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을 해결하려는 미국의 절실한 요구가 철저히 반영된 결과다.
나머지 2개 프로젝트도 미국의 전략적 이해와 일치한다. 미국산 원유 수출 역량을 키우기 위한 멕시코만 심해 원유 수출 시설 건설과 조지아주 합성 산업용 다이아몬드 생산 시설 구축이 포함됐다.
러트닉 장관은 다이아몬드 시설에 대해 "외국 공급망에 대한 어리석은 의존을 끝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중국을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일본이 진통을 겪을 것이란 일각의 예상을 깨고 신속하게 투자를 확정한 것은 미국의 거센 압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아직 1호 사업의 윤곽을 내놓지 못한 한국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 전체 3500억달러 중 조선업 전용(1500억달러)을 제외한 2000억달러를 미국과 합의된 에너지, 반도체, 핵심광물 등에 투자해야 한다.
최종 투자처 결정권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는 만큼 한국의 '1호 프로젝트' 역시 미국의 이익이 걸린 발전, 에너지, 핵심광물 분야가 될 공산이 크다.
한국은 원전 건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전력 기자재 등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에너지 개발과 전력 인프라 분야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데다 미국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영역"이라며 "미국 입장에서는 해당 분야가 최우선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