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의 눈] ‘일석사조’ 겨냥한 新커버드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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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현 부국장 겸 채권전문기자

이재명 정부 들어 가계부채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총량 관리 측면에서는 일정 부분 성과를 내는 모습이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됐고, 일부 은행의 증가폭은 당국이 제시한 관리 목표를 하회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정책은 작동한 듯 보인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양적 관리’의 성과일 뿐이다. 문제의 본질은 여전히 남아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말 부동산 대책과 함께 장기고정금리 대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인센티브 제공, 예대율 완화, 적격담보 인정 등의 카드가 거론된다. 그러나 이런 접근은 낯설지 않다. 지난 10여 년간 반복돼 온 방식이기 때문이다. 결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0년 이상 장기 고정금리 상품은 시장에서 외면받았고, 장기물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 발행은 사실상 멈춰 섰다. 재유동화 프로그램도 개점휴업 상태다.

반면, 본지가 지난해 말 보도한 한국판 MBS형(주택저당증권형) 커버드본드인 ‘신(新)커버드본드’는 네 가지 측면 때문에라도 반드시 안착시킬 필요가 있다. 우선 이는 단순한 금융상품 출시 차원을 넘어 주택금융 체계 전반을 재설계하는 ‘질적 관리’ 차원이 될 것이다. 장기고정금리 대출이 성공하려면 금리 하락 시 차주가 대출을 갈아타는 데 불편함이 없어야 하고, 은행은 이를 감내할 자금조달 구조를 갖춰야 한다. 신커버드본드는 금리가 내려가 조기상환이 늘어나면 부채도 함께 상환되는 구조로 자산·부채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이 맞춰진다. 이런 구조라야 은행이 채권발행에 따른 장기간 고금리 유지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은행채와 예금으로 한정된 은행 자금조달 수단의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잖아도 최근 주식시장 랠리에 은행 예금에서 증시로의 머니무브가 심각한 상황이다. 향후 스테이블 코인이 본격 도입되면 은행 요구불예금 이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경우 은행은 이탈 자금을 메꾸기 위해 은행채 발행과 정기예금 조달 등을 늘릴 수밖에 없다. 다만, 이는 우량 공사채와 은행채 발행 증가로 회사채 등 크레디트시장을 교란시켰고, 정기예금 조달 확대로 제2금융권과의 수신경쟁을 불러일으켜 금융불안을 초래했던 2022년 레고랜드 사태의 재판이 될 수 있다.

예대마진 수익으로 상업은행에 매몰돼 있는 국내 은행을 투자은행(IB)으로 이끌 새로운 해법일 수 있다. 장기 현금흐름을 구조화해 채권을 발행하고 금리 위험을 헤지하는 과정 자체가 전통적 상업은행이 아닌 IB적 역량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화하는 등 사실상 은행들로 하여금 IB 역할을 유도하는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이밖에도 코스피 지수가 5500을 넘었다. 그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와 조방원(조선·방산·원전) 등 제조업이 이 같은 상승세를 끌었다면, 시장 일각에서는 이제 뒤에서 밀어줄 산업으로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 등을 꼽고 있다. 한국에서도 경제규모에 맞고 제조업 경쟁력에도 견줄 수 있는 IB 몇 개쯤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심리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신커버드본드 도입 논의는 가계 안정과 은행 조달수단 다변화, 금융산업 발전, 주식시장 상승 동력 등 ‘일석사조(一石四鳥)’를 겨냥한 해법일 수 있다. 정책 방향은 분명하다. 더 늦기 전에 결단해야 한다. kimnh21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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