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가온, 韓 첫 설상 금메달… ‘마지막 3차 런’ 승부수 통했다 [이슈크래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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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낸 최가온이 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2026.2.13 (연합뉴스)
대한민국 동계올림픽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가 열렸습니다. ‘스노보드 천재’ 최가온(17) 선수가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 여자 하프파이프 결승에서 극적인 역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두 번의 실패 끝에 찾아온 마지막 기회. 전 세계가 숨죽인 그 순간, 최가온은 자신을 수술대에 눕게 했던 바로 그 기술로 비상했습니다. 한국 스포츠가 그토록 염원하던 ‘설상 첫 금메달’은 그렇게 한 편의 드라마처럼 완성됐습니다.

◇ 1·2차 시기 ‘꽈당’에도… 17살 강심장, 역사 바꿨다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최가온이 1차 시기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결승전 초반 분위기는 무거웠습니다. 최가온은 1차 시기에서 착지 불안으로 크게 넘어지며 10점대에 그쳤습니다. 부담감이 컸던 탓일까요. 2차 시기 직전에는 전광판에 잠시 ‘DNS(기권)’ 표시가 오작동할 만큼 현장 상황도 어수선했습니다. 결국 2차 시기마저 연거푸 넘어지며 메달권에서 멀어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최가온의 승부수는 마지막 3차 시기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에서 그는 과감하게 ‘스위치 백사이드’ 기술을 시도했습니다. 이는 2024년 초 그에게 척추 부상을 안겼던 트라우마와도 같은 기술이었습니다.

공포를 이겨낸 비행은 완벽했습니다. 높이, 기술, 착지까지 흠잡을 데 없는 클린 런. 전광판에는 90.25점이라는 압도적인 점수가 찍혔고, 올림픽 3연패를 노리던 미국의 ‘여제’ 클로이 김을 제치고 단숨에 1위로 올라섰습니다.

◇ ‘양평 보더 소녀’에서 ‘올림픽 챔피언’까지

(사진제공=올댓스포츠)
최가온의 금메달이 더욱 값진 이유는 그가 걸어온 ‘극복의 서사’ 때문입니다. 2008년생으로 경기도 양평에서 자란 그는 부모님의 취미를 따라 9살 때부터 보드를 탔습니다. 일찍이 ‘스노보드 신동’으로 불린 그는 2023년 엑스게임에서 만 14세의 나이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시련은 빨랐습니다. 2024년 1월, 월드컵 훈련 도중 허리 부상을 입으며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안방에서 열린 강원 청소년올림픽 출전이 좌절되는 아픔도 겪었습니다. 선수 생명에 위기가 될 수 있는 공백기였지만, 그는 묵묵히 재활에 매진했고 2025-2026시즌 월드컵 연속 우승으로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올림픽이라는 최고의 무대에서 ‘부상 복귀 신화’의 방점을 찍었습니다.

◇ 클로이 김의 포옹… ‘빙상 강국’ 넘어 ‘설상 강국’으로

▲왼쪽부터 미국의 클로이 김(은메달), 한국의 최가온(금메달), 일본의 오노 미츠키(동메달)가 2026년 동계올림픽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결승이 열린 이탈리아 리비뇨에서 2026년 2월 12일 목요일 경기가 끝난 뒤 축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은메달을 확정한 클로이 김이 최가온을 끌어안으며 “자랑스럽다(So proud)”고 축하하는 장면은 전 세계 팬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습니다. 최가온이 롤모델로 삼았던 전설적인 선수에게서, 새로운 전설로 왕관이 이양되는 상징적인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최가온의 금메달로 한국은 명실상부한 동계스포츠 강국으로 발돋움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쇼트트랙·피겨 등 ‘빙상’과 스켈레톤 등 ‘썰매’에 편중됐던 메달 지형이 ‘설상’으로 확장된 것입니다. 2018 평창 대회 이상호의 은메달을 넘어, 한국 스키·스노보드 역사상 최초의 금메달입니다.

두 번 넘어지고도 다시 일어난 17살 소녀의 용기. 최가온이 쏘아 올린 이 작은 공이 한국 동계스포츠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기대가 모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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