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배당의 이면⋯재투자 축소 등 비판도

정부의 물가안정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식품업계가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정부 기조에 맞춰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배당 규모 확대는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재투자 축소 등 ‘양날의 검’ 성격을 지닌 탓에 정부와 시장 눈치를 보여 수위 조절을 하는 모양새다.
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리온, 삼양식품 등을 주요 식품 상장사들이 배당성향을 높이고 있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주주에게 배당한 금액의 비율로 기업의 배당 지급 능력을 보여준다. 배당성향이 높을 수록 배당급 지급 능력이 크고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중 주주에게 지급하는 몫이 커진다.
그동안 국내 식품사들은 영업이익은 낮고 자사주 비중이 높으면서 배당 성향은 낮아 ‘짠물배당’ 기업으로 불려왔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의 적극적인 밸류업 기조에 맞춰 최근 배당 규모를 늘리고 있다. 오리온그룹은 사업회사와 지주사 배당을 대폭 확대했다. 11일 이사회를 열고 오리온과 오리온홀딩스의 현금배당을 의결했다. 오리온은 주당 배당금을 지난해 2500원에서 3500원으로 40% 상향했다. 오리온홀딩스의 주당 배당금은 지난해 800원에서 37% 늘어난 1100원으로 확정됐다. 오리온그룹의 총 배당 규모는 지난해보다 577억원 증가한 2046억원이다.
오리온그룹은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올해 1월 도입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적용 대상인 고배당기업 요건도 충족했다. 오리온의 연결 기준 배당성향은 지난해 26%에서 10%p 높아진 36%, 오리온홀딩스는 지난해 30%에서 25%p 높아진 55%이다. 류은애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오리온의 2025년 결산배당은 컨센서스를 상회하며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에 충족하는 수준”이라며 “2026년에도 주당배당금(DPS)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짚었다.
삼양식품은 주당 2600원의 결산 배당을 10일 결정했다. 지난해 중간배당 2200원을 지급했는데, 이번 결산배당을 합치면 2025년 사업연도 기준 전체 배당금은 주당 4800원이다. 삼양식품은 2021년부터 배당 규모를 본격적으로 늘려왔다. 최근 배당 규모는 △2021년 75억원 △2022년 105억원 △2023년 157억원 △2024년 246억원 등으로 배당성향 9~11%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식품기업이 배당을 늘리는 원인으로는 밸류업을 위한 주주환원 압박이 꼽힌다. 정부는 1월부터 고배당 기업으로부터 받은 배당소득에 대한 세금을 낮추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도입했다.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도 탄력을 받고 있다. 한 식품사 관계자는 “배당을 늘리면 주주에게 안정적인 수입을 줄 수 있어 기업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긍정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정부도 이런 방향을 원하고 투자자들 역시 국내 기업의 가치나 배당 등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졌다”면서도 “다만 배당하는 만큼 투자 여력이 줄어든다는 뜻이라 기업으로선 신중히 검토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높은 배당성향은 주주환원 측면에선 장점이 있지만 재투자 여력을 축소하고 기업의 이익을 오너일가에 현금으로 귀속시킨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동서식품의 지주사 ㈜동서는 높은 배당성향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동서의 배당성향은 50% 내외로 30%대의 코스피 상장사 평균 배당성향을 웃돈다. 지난해 중간배당을 결정하면서 오너일가가 최대 수혜자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고배당이 분명 양면성이 있지만 밸류업 추세에 맞춰 배당성향을 높이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특정 다수만 큰 이익을 누리지 않도록 금융당국에서 차등배당 등 묘수를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