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대량양산 진입ㆍ고객 출하
삼성전자, 세계 최초 양산 출하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4)를 기점으로 거대한 소용돌이에 빠졌다. SK하이닉스의 양산 선언과 마이크론의 출하 공식화에 이어, 삼성전자가 예정보다 앞당긴 12일 ‘세계 최초 출하’ 타이틀을 거머쥐며 맞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AI 가속기의 핵심 병목을 해결할 HBM4가 본격 출하됨에 따라, 메모리 3사의 경쟁 축은 기술 개발을 넘어 ‘양산 안정성’과 ‘고객 선점’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HBM 시장은 글로벌 D램 제조사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3강 구도로 재편돼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은 SK하이닉스(33.2%), 삼성전자(32.6%), 마이크론(25.7%) 등이다. HBM 시장에서는 독과점 구조가 뚜렷해진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엔비디아향 HBM 시장점유율은 SK하이닉스(74%), 마이크론(24%), 삼성전자(2%) 순서다. SK하이닉스가 HBM3E(5세대) 세대에서 사실상 독주 체제를 형성했고 마이크론이 후발주자로서 틈새를 공략하고 삼성전자가 반격을 준비하는 형국이다. 올해부터는 시장의 주류가 HBM3E에서 HBM4로 넘어간다. 3강 구도의 균형을 다시 흔들 수 있는 첫 시험대인 셈이다.
이들의 발표 흐름에서도 긴박함이 드러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9월 HBM4 세계 최초 개발 및 양산체제 구축 소식을 밝혔다. 최근 시장에서는 마이크론의 HBM4 탈락설이 불거졌는데, 마이크론은 이를 반박하듯 전날(11일) “이미 HBM4 대량양산에 진입했고 고객 출하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날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HBM4 양산 출하를 공식 발표했다. 하루 간격으로 이어진 두 회사의 발표는 ‘최초’ 타이틀을 둘러싼 심리전 성격으로 분석된다.
D램 제조사 입장에서 HBM은 단순 고부가 제품이자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선도할 수 있는 카드이기도 하다. 단가가 높고 수익성이 우수해 비중이 늘어날수록 평균판매단가(ASP)와 영업이익률 개선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HBM3E 세대에서 SK하이닉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배경에도 HBM 확대가 자리 잡고 있다.

HBM3E에서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선제 공급하며 사실상 독과점에 가까운 구도를 형성했다. 초기 물량을 선점하며 점유율을 확대했고 후발주자의 진입 장벽도 높였다. HBM4는 이러한 구도를 유지할지, 흔들지를 가를 분수령이기도 하다. 리더십을 연장하려는 SK하이닉스와 HBM3E에서 열세를 보였던 삼성전자, 그리고 D램 물량을 늘려야 하는 마이크론의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D램 3사의 HBM4 경쟁이 단순 점유율 다툼을 넘어 성능과 수율 싸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AI 모델 규모가 커질수록 데이터 병목 현상이 심화되는 만큼 더 높은 속도와 안정적인 공급 능력이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각 사가 제시한 속도 경쟁도 치열하다. SK하이닉스는 10Gbps(초당 10기가비트) 이상, 마이크론은 11Gbps 이상을 언급했으며, 삼성전자는 최대 13Gbps 구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속도 수치만 보면 삼성전자가 가장 높은 목표치를 제시한 셈이지만, 실제 고객 시스템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적용되느냐가 관건이라는 평가다.
공정 전략에서도 차이가 드러난다. SK하이닉스는 1b D램(10나노급 5세대) 기술을 적용해 양산 과정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검증된 공정을 기반으로 수율과 공급 안정성을 우선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한 단계 더 앞선 1c D램(10나노급 6세대) 공정을 적용해 성능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선단 공정으로 기술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접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