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하이닉스, 경영성과급 지급 의무 없어”…임금성 부정

SK하이닉스 퇴직자들이 경영성과급을 퇴직금 산정에 반영해 달라며 낸 소송이 최종 패소로 결론 났다. 대법원은 삼성전자 사건에서는 목표 인센티브의 임금성을 인정해 퇴직금에 반영해야 한다고 봤지만, SK하이닉스 경영성과급은 성격상 근로의 대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12일 SK하이닉스 퇴직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퇴직자들은 생산성 격려금(PI)과 초과이익분배금(PS) 등 경영성과급도 평균임금에 포함해 퇴직금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며 2019년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PI·PS가 근로 제공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1·2심은 경영성과급이 근로의 대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1·2심은 해당 성과급이 단체협약·취업규칙·급여규정 등에 지급 근거가 명시돼 있지 않고, 매년 노사 합의와 정해진 조건에 따라 지급 여부와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회사에 지급 의무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봤다. 또 지급 기준과 부가 조건의 성격에 비춰볼 때 개별 근로자의 근로 제공과 직접적·밀접한 관련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같은 취지에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이 되려면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금품으로서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단체협약·취업규칙·급여규정·근로계약·노동관행 등에 의해 사용자에게 지급 의무가 인정돼야 한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했다. 단순히 반복 지급됐다는 사정만으로 임금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며, 지급 의무의 발생이 근로 제공과 직접적이거나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SK하이닉스의 취업규칙이나 급여규정 등에 경영성과급에 관한 규정이 없고, 연도별 노사 합의로 지급 기준이 정해져 왔을 뿐 회사가 성과급을 계속 지급해야 할 법적 의무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정 연도에는 지급 여부에 관한 노사 합의 자체가 없었고, 노사 합의 적용 대상이 아닌 직군에도 회사 재량으로 동일 기준이 적용된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매년 성과급을 지급해 온 관행 역시 기업 내에서 규범적 사실로 확립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PS는 근로자 개인의 근로 제공과 직접적·밀접한 관련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성과급의 지급 여부와 액수가 근로자의 노력보다는 회사의 자본 투입 규모와 비용 구조, 시장 상황, 경영 판단 등 근로자가 통제하기 어려운 요인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성과급 지급률이 연봉의 0%에서 50%까지 크게 변동한 점을 들어 근로의 양이나 질이 그만큼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삼성전자 판례와 법리적으로 충돌하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기준은 동일하지만, 각 회사의 성과급 제도 설계와 규정, 지급 관행 등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날 대법원은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지난달 29일 선고한 삼성전자 사건에서 판시된 법리적 판단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