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복 NICE신용평가 대표 “신용평가 예측가능성 높이겠다”

기사 듣기
00:00 / 00:00

신용등급, 이벤트 아닌 공유된 기준
예측가능성 중심 신용평가 원칙
“비우량 회사채 BBB 중간층 얇아”
올해 석유화학·조선 등 현금흐름 주목
리서치·지표 강화해 신뢰 접점 확대

▲안영복 NICE신용평가 대표이사가 서울 여의도 사옥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신용등급은 평소엔 조용하지만, 신용도가 한 번 흔들리면 시장을 빠르게 뒤흔든다. 유통업체 홈플러스가 지난해 기업어음(CP)·단기사채 등급이 A3에서 A3-로 하향된 뒤 시장 불안이 확산했고, 며칠 만에 법원 기업회생 절차로 이어지면서 등급 강등이 곧 유동성 경보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태영건설도 워크아웃 신청을 전후로 무보증사채 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내려가며 시장에 경고음을 울렸다. 등급 하향은 조달금리 상승을 넘어 단기자금 조달 여건을 경색시키고, 투자자·금융기관의 내부 한도와 규정을 동시에 움직이면서 자금줄을 급격히 좁힐 수 있다. 최악의 경우 크로스 디폴트(교차 채무불이행)로 치닫는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신용평가의 역할은 커진다. NICE신용평가를 이끄는 안영복 대표는 최근 이투데이와 만나 “좋은 신용평가의 조건은 예측가능성”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는 안 대표 취임 이후 첫 언론 인터뷰다.

안 대표는 한국장기신용은행을 거쳐 1999년 한국신용정보 평가사업본부(현 NICE신용평가)에 합류했다. 이후 금융평가본부 금융산업평가실장, RM본부 기업3실·금융실 실장, 기업평가본부장을 지냈다. 지난해 3월부터 나이스신용평가 대표이사(CEO)를 맡고 있으며, 대표 선임 직전에는 NICE평가정보 전무를 역임했다.

예측가능성이 좋은 신용평가…“깜짝 등급 조정 지양해야”

안 대표가 보는 좋은 신용평가란 시장에 예측 가능한 기준을 제공하는 일이다. 그는 신용등급 조정이 ‘깜짝 이벤트’처럼 소비되는 상황을 경계하며 “시장 참가자가 특정 상황에서 예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등급 변화가 설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참여자들은 등급을 근거로 투자 한도와 내부 리스크 기준을 설정하고, 기업도 등급을 기준으로 조달 전략을 짠다. 이에 등급 변화가 이벤트처럼 받아들여지는 순간, 가격 조정이 아니라 수요 단절로 번지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안 대표는 “깜짝 평가는 이슈를 부각하거나 뉴스화에는 유리하겠지만 결국 시장의 조화와 안정성을 저하시키고,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며 “시장과 공유된 기준과 분석의 축적 없이 등급을 급격히 움직이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서 27년간 일하며 지금까지도 의미 있게 보는 평가 보고서로 2008년 작성한 ‘신용카드사의 펀더멘탈 점검과 유동성 전망’을 꼽았다. 리먼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카드채 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카드사의 유동성과 조달 능력을 정면으로 점검한 분석이다.

보고서에서는 당시 카드사들이 소액 단위로라도 시장에서 자금을 이어가던 상황을 언급하며, 극단적 조달 단절을 가정하더라도 카드채 시장의 과도한 경색 우려는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시선이 담겼다. 안 대표는 “보고서 영향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후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여건은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2021년에는 ‘유통전쟁 : 아마존과 쿠팡을 통해 본 한국 온라인 소매유통시장 전망’ 보고서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의도된 적자’ 등 쿠팡의 사업모델 특성을 신용평가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틀을 제시했다는 취지다. 신용평가업계 최초로 신용등급 미보유 기업인 쿠팡을 분석한 첫 시도이기도 하다.

“BBB 중간층 두터워져야”…우량채 쏠림이 등급의 가격 기능 약화

▲안영복 NICE신용평가 대표이사가 서울 여의도 사옥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안 대표는 국내 회사채 시장의 ‘중간층’이 얇다는 점을 문제로 지목했다. AA급 이상 우량채로 수요가 쏠리고, 중간 구간 거래가 얇아지면서 위험이 금리로 촘촘히 반영되기보다 등급이 사실상 ‘시장 접근 가능 여부’를 가르는 문턱처럼 작동한다는 것이다. 중간층이 비어 있으면 신용등급은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는 척도라기보다 발행 가능 여부를 가르는 출입증이 되고, 시장의 선택지도 단조로워진다는 진단이다.

그는 특히 BBB 신용등급 풀의 협소함을 짚었다. 안 대표는 “글로벌 신용평가사와의 결정적 차이는 등급 풀에서 중심이 되는 BBB 풀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다는 점”이라며, “BBB 풀이 넓어져야 다양한 위험-수익 프로파일 투자대상 제공과 함께 신용등급의 유용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과도한 등급 인플레나 보수적 평가 논쟁이 반복되는 구조도 완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크레딧 시장 기준은 ‘현금흐름’…석유화학·조선 등 대규모 투자 산업 주목

2026년 시장 환경에 대한 진단은 ‘현금 흐름’으로 모였다. 그는 산업구조 변화, 금융권 ‘부동산→주식’ 머니무브, 생산적 금융 확대 등을 크레딧 시장에 미칠 영향을 핵심 변수로 꼽았다. 또 인공지능(AI) 기술 변화, 미·중 패권경쟁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신용등급의 적시성이 더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PF는 전반적으로 연착륙이 진행 중이라고 보면서도, 금융권 내ㅇ 일부 업종은 2026년 이후에도 수익성 저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우선적으로 관심을 둘 산업으로는 석유화학 등 구조조정 국면 업종을 꼽았고, 이차전지·조선·방산·반도체 등 대규모 투자 산업일수록 실제 현금흐름과 수익성으로 전환되는 속도와 질이 핵심 평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에 대해서도 같은 관점을 보였다. 주식 중심의 머니무브가 회사채 수요 감소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생산금융 확대는 실행 방식에 따라 회사채 공급을 늘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이 투자와 운영자금을 우호적 여건에서 조달할 수 있다면 신용등급에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자금 유입과 관련해서는 오는 4월 편입 예정인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언급하며 “국채 지수 편입 초기에는 국내 신용평가사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외국인투자자들의 관심이 국채를 넘어 회사채 등 한국 채권 전반으로 확산할 경우 해외 투자자와 국내 발행사 사이의 정보 비대칭을 줄이는 일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AI 활용을 두고는 ‘속도전’을 경계했다. 안 대표는 “반복 업무에 AI를 도입할 수는 있지만, 신용평가업의 본질은 생산성보다 신뢰”라고 선을 그으며 “결과가 시점마다 흔들리면 신뢰가 훼손될 수 있고, 판단 근거를 규제당국과 시장에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보보안과 데이터 거버넌스까지 포함해 서둘러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신용평가사 대표이사로서의 목표는 ‘시장 신뢰의 접점을 넓히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수장이 각각 증권사, 글로벌 투자은행(IB) 등 외부 경력을 바탕으로 대표직을 맡은 것과 달리 안 대표는 신평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신용평가 조직 실무를 거쳐 대표이사에 오른 사례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CEO 승계 등 금융사 지배구조 이슈를 점검 과제로 올린 가운데, 10년 가까이 장기 재임 중인 타 신평사 대표들과 비교해 안 대표는 취임 1년차를 맞은 신규 수장이라는 점도 차이로 꼽힌다.

안 대표는 이를 위해 리서치와 평정위원회 기능을 강화하고, ‘NICE 산업전망 인덱스(INDEX)’를 시장이 참고하는 기준 지표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시장이 발표를 기다리는 지표가 되도록 기반을 만들고 싶다”라며 “등급의 신뢰를 지키는 동시에, 산업 전망과 리서치로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신평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대표이사
조대민
이사구성
이사 8명 / 사외이사 3명
최근 공시
[2026.02.27] 매출액또는손익구조30%(대규모법인은15%)이상변경
[2026.01.20]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일반)

대표이사
최금락, 최진국 (각자대표)
이사구성
이사 5명 / 사외이사 3명
최근 공시
[2026.03.04] 기타안내사항(안내공시)
[2026.03.04] 기타경영사항(자율공시)

대표이사
김종윤
이사구성
이사 8명 / 사외이사 3명
최근 공시
[2026.02.04] 신탁계약에의한취득상황보고서
[2026.01.23] 임원ㆍ주요주주특정증권등소유상황보고서

대표이사
김기범
이사구성
이사 7명 / 사외이사 3명
최근 공시
[2026.02.20] 감사보고서제출
[2026.02.11] 주주총회소집결의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