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부동산 진입장벽 속 주식으로 몰리는 개인 투자자들

#. 6일 한국외국어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주식을 해 등록금 벌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대학교 주식 종목 토론방에 ‘고수’가 있는데, 찍어준 종목이 그대로 올랐다”며 300만원가량을 벌었다고 적었다. 댓글에는 “토론방 링크 알려달라”, “이미 인원 꽉 찼다더라”는 반응이 잇따랐다.
#. 4년 차 직장인 서모(26) 씨는 2주일 전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회사 선배가 추천한 종목을 사지 않았다가 해당 종목이 급등하는 모습을 보고 ‘돈 벌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서 씨는 “주식 앱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다 보니, 이제는 오르내리는 그래프만 봐도 주가처럼 보인다”며 “출퇴근길마다 습관처럼 증권 앱을 켠다”고 말했다.
주식 투자가 세대와 직군을 가리지 않고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투자자 예탁금과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증시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예·적금만으로는 자산을 불리기 어렵고, 부동산에 대한 진입 장벽이 커진 상황에서 주식이 사실상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선택되고 있는 것이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달 27일 사상 최초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도 지난달 29일 처음으로 ‘1억 계좌’ 시대를 열었고, 특히 지난달 26일에는 하루 만에 약 54만 개가 급증하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최근 6개월 동안 1회 이상 매매 기록이 있고, 잔고 10만원 이상을 유지 중인 위탁매매·증권저축 계좌다.

코스피 상승 국면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코스피 5000’이 현실화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지금 들어가지 않으면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투자 양상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중·장년층 중심의 개별 종목 장기 보유 투자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20·30대도 소액 투자와 해외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등 지수 추종형 상품 투자가 일상화되는 모습이다. 대학생과 사회초년생들 사이에서는 아르바이트비나 월급 일부를 쪼개 주식을 매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반도체·AI 등 특정 산업군을 묶은 테마형 ETF에 투자해 변동성을 낮추려는 흐름도 두드러진다. 개별 기업 분석 부담이 적은 간접 투자 상품이 확산되면서 주식 투자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는 평가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투자 루틴이 고착화되고 있다. 5년 차 직장인 김예지(30) 씨는 오전 8시 프리장이 열리면 증권 애플리케이션에 ‘출석하듯’ 접속해 관심 종목 시세와 장 분위기를 확인한다. 출근길에는 유튜브와 커뮤니티를 통해 투자 정보를 챙기고, 본장 개장 이후에는 오전·오후로 나눠 주가 흐름을 점검한다. 장 마감을 앞두고는 낙폭이 컸던 종목을 분할 매수하거나 관심 종목을 담으며, 해외 증시 개장을 앞두고는 환율에 맞춰 달러를 바꿔 두는 것도 습관이 됐다.
김 씨는 “ETF는 매달 정해진 금액을 적립식으로 사고, 주가가 5% 이상 빠지면 알림이 오도록 설정해 분할 매수한다”며 “주식이 생활의 일부가 되다 보니, 하루 일과가 자연스럽게 장 시간에 맞춰 돌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코스피 5000 돌파를 계기로 ‘포모(FOMO·기회 상실 우려)’ 심리도 투자 열기를 부추기고 있다.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다니는 2년 차 직장인 신모(30) 씨는 “코스피 5000을 넘은 뒤 조급함이 컸다”며 “투자가 취미처럼 느껴질 만큼 재미있지만, 스트레스도 함께 따라온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주식 투자 일상화의 배경에는 마땅한 대체 투자 수단이 줄어든 현실도 자리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예·적금만으로는 자산을 불리기 어렵고, 부동산·가상자산에 대한 진입 장벽과 위험 인식이 동시에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주식 시장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마땅한 대체 수단이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라며 “소액 자금으로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데 주식은 비교적 접근이 쉽고, 부동산은 이미 가격이 많이 올라 쉽게 엄두를 내기 어렵다. 가상자산도 투자 수단으로 남아 있긴 하지만 여전히 위험하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도 “2008년 이전에는 금리가 높아 저축만 해도 자산 형성이 가능했고 주택 마련도 상대적으로 수월했지만,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지금은 증권 투자를 하지 않고서는 노후 재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