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정심 박차고 나온 김택우 의협회장 “의학교육 붕괴, 모든 책임은 정부에”

정부가 의대 정원을 향후 5년간 총 3342명 늘린다는 방침을 결정하자 대한의사협회가 “질 낮은 교육, 그로 인해 앞으로 배출될 의사들의 자질 논란, 의학교육 붕괴의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라며 비판했다. 의협은 정부가 각 의과대학의 실제 교육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급격한 증원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10일 오후 김택우 의협 회장은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에 대해 “교육 부실을 자초하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2025년 사태로 휴학했던 학생들과 군 복귀생들이 돌아오면, 기존 정원과 맞물려 엄청난 수의 인원이 폭증하게 된다”라며 “현장 교육 인프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학교육평가원에서 그토록 강조했던 교육 가능 상한선인 10%는 철저히 무시됐다”라고 부연했다.
이어 김 회장은 “교육부는 지금 즉시 각 의과대학 전수조사에 착수해, 실제 교육이 가능한지 직접 확인해야 한다”라며 “그 결과를 토대로 모집인원을 다시 산정하라”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즉각 실질 권한을 가진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라며 “현재 추계위원회는 임상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 지형적 구조”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이날 오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중도 퇴장한 것과 관련해 “점진적인 증원으로 수정할 것을 제안했지만,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아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런데도 의협은 합리적인 의견이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했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회장은 정부가 그간 약속했던 필수의료 대책을 즉시 실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기피과 문제를 해결할 실질적 유인책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책 법제화 △의료 무관 사유로 면허 박탈하는 악법 개정 △해외 의대 졸업생 인증 기준 강화 △의사·의대생 대거 현역입대로 인한 의료인력 이탈 대책 등을 요구했다.
의협은 교육 여건을 반영한 증원 속도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정부가 확정한 의대 증원 방침에 따르면 증원 첫해인 내년엔 490명이 늘어나지만, 이후에는 해마다 613명에서 813명까지 증가 폭이 커진다. 지난해 의정갈등으로 휴학한 인원과 군에 입대한 인원이 복귀할 것을 고려하면, 누적해서 불어나는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하기 불가능하다는 게 의협의 시각이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의협은 그동안 한 번도 증원 숫자를 언급하거나 정부에 제시한 적이 없다”라면서 “정부가 숫자를 제시하면 합리적인 수준으로 수정을 요구해 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증원 첫해와 2028년~2029년은 특히 교육현장의 충격을 덜기 위해 점진적인 인원 변동이 중요한데, 첫해 이후 계속 증가하는 숫자에 동의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의사들이 향후 총궐기나 파업 등 단체행동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의협은 의료 현안을 해결하려는 진정성과 의지를 보여달라는 요청 이외에는 구체적인 대정부 방침을 언급하지 않았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국민이 불편해지는 방향을 먼저 생각하지는 않겠다”라면서 “향후 행동 방침에 대해 의견을 우선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후 2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7차 회의를 열고 의대 증원 규모를 확정했다. 서울 소재 의대를 제외한 32개 의대를 대상으로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연평균 668명을 더 모집해, 총 3342명 증원한다는 계획이다. 증원 첫해인 내년엔 기존보다 490명을 늘린 3548명을, 이후 2028년과 2029년에는 기존보다 613명 늘린 3671명을 선발한다. 2030년부터는 공공 의대·신설 지방의대 등을 통해 각각 100명씩 총 200명을 선발해 증가 폭이 더욱 커져 서울을 제외한 의대 총 정원은 3871명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