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 선종으로도 저가 공세 확산
기술 격차 좁히며 중장기 부담 요인으로

K-조선의 ‘LNG 방벽’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한국의 독무대였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에 중국 조선사들이 파격적인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다. 한국이 기술력과 납기 대응력에서 여전히 한발 앞서 있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지만, 중국의 가파른 약진이 글로벌 발주 생태계의 판도를 뒤흔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조선소들은 올해 들어 최소 13척의 LNG선을 수주한 것으로 파악된다. 장난조선소는 지난달 싱가포르 선주 EPS로부터 LNG선 2척을 수주한 데 이어 중국 산둥해운이 글로벌 에너지 기업 셸과 용선 계약을 맺고 발주한 LNG선 4척의 건조 계약도 따냈다. 후동중화조선은 그리스 TMS 카디프 가스로부터 LNG선 4척에 옵션 계약 2척을, 말레이시아 MISC로부터는 옵션 3척을 포함해 최대 6척을 수주했다.
중국 조선소들은 평균 선가 대비 약 4~8% 낮은 가격에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저가 공세가 이어질 경우 물량 경쟁에서 밀릴 뿐 아니라 글로벌 선가에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해 한국 조선사들의 수익성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같은 기간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LNG선 수주는 9척에 그쳤다. HD한국조선해양이 5척을 수주했고,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2척을 확보했다. 척수만 놓고 보면 최근까지는 중국의 공세가 두드러진다.
글로벌 LNG 프로젝트가 다수 재개되며 LNG선 발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국의 점유율 확대를 경계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특히 최근 카타르가 LNG 증산에 맞춰 LNG선 발주를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중국 조선사들의 건조 역량에 따라 향후 발주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선 1·2차 발주에서는 전체 128척 중 한국이 98척, 중국이 30척을 각각 확보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중국이 당장 LNG선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중국 조선소들의 건조 슬롯이 제한적인 데다 최근 잇단 수주로 추가 물량을 소화할 여력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미국의 제재 등으로 중국 자본이 들어간 프로젝트를 제외하면 중국 조선소가 참여할 수 있는 LNG 프로젝트가 많지 않다. 특히 북미 LNG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면 국내 조선사들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실적 설명회에서 “중국 LNG선은 여전히 한국에 비해 품질이나 기술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안다”며 “최근 중국의 수주도 내수용 LNG를 위한 물량이 대부분이고, 중국 물량이 아닌 국제 입찰에서는 중국 조선소 참여가 배제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어 한국의 점유율은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중국이 고부가 선종으로 수주 영역을 넓히고 있는 점은 국내 조선업계의 구조적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등 친환경 선박에서도 중국의 수주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과 같은 외부 환경에 기대기보다 중국의 추격을 전제로 자체적인 선박 경쟁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