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물론 여당 일각서도 사퇴론 나와
영국 국왕 “동생 앤드루 의혹 경찰 수사 적극 지지”

서구권 주요 정치인과 기업인에서 학자에 이르기까지 유명 인사들이 억만장자 성범죄자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을 둘러싼 스캔들에 휘말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키맨’으로 불려온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도 관련 의혹에 휩싸였다.
러트닉 장관은 최근 공개된 미국 법무부의 문건에서 이전에 밝혔던 것보다 엡스타인과의 관계가 더 긴밀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초당적인 사퇴 요구에 직면했다고 9일(현지시간)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러트닉 장관은 상호관세 정책을 주도해 온 핵심 인사 가운데 하나인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민주당은 러트닉 장관이 엡스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면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애덤 시프 상원의원은 이날 성명에서 “러트닉이 유죄 판결을 받은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와의 사업 거래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것은 그의 판단력과 윤리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며 “러트닉은 상무장관으로 있을 자격이 없으며 즉시 사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엡스타인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는 하원 감독위원회의 로버트 가르시아 간사를 비롯한 다른 민주당 하원의원들도 러트닉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공화당 내에서도 러트닉 장관이 사퇴해야 트럼프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켄터키)은 전날 CNN방송에서 러트닉 장관과 관련해 “솔직히 말해 트럼프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사퇴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하원 감독위원회의 제임스 코머 위원장 역시 “생존자들을 위한 정의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가진 모든 사람과 대화할 의향이 있다”며 러트닉 장관에 대한 의회 소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코머 위원장은 다만 “앞서 위원회가 발부한 미처리 소환장을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러트닉 장관의 사퇴 또는 해임을 요구하는 양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두 경우 모두 당장 실현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폴리티코는 전망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와 관련 성명에서 “러트닉 장관과 상무부를 포함한 트럼프 행정부 전체는 여전히 미국 국민을 위한 성과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7일 법무부의 엡스타인 문건 250여 건에 러트닉 장관의 이름이 등장하며 두 사람은 뉴욕 맨해튼의 부촌인 어퍼이스트 사이드에서 이웃으로 지내며 최소 13년간 정기적으로 교류했다고 전했다. 이는 러트닉 장관이 지난해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2005년 엡스타인을 만나고 나서 혐오감을 느낀 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밝힌 것과 대치된다. 심지어 러트닉은 2012년 엡스타인의 악명 높은 카리브해 별장도 방문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건을 보면 두 사람이 때때로 만나기는 했지만 주로 비서를 통해 이메일로 소통했다고 NYT는 덧붙였다.
다른 나라에서도 엡스타인 파문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엡스타인과 친분을 유지하며 각종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동생 앤드루 마운트배튼 윈저에 대해 이날 성명에서 “수사 여부를 검토 중인 경찰을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앤드루는 왕자 칭호와 모든 훈작이 박탈당한 상태다.
노르웨이 경찰은 엡스타인과 긴밀한 관계를 맺은 정황이 드러난 고위 외교관 부부인 모나 율과 테르예 로드-라르센 부부를 대상으로 이날 주거지를 압수 수색했다. 엡스타인은 유언을 통해 이 부부의 두 자녀에게 1000만달러(약 145억원)를 남기기도 했다. 토르비에른 야글란 전 총리도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메테마리트 왕세자빈도 엡스타인과 친분을 쌓은 정황이 드러나 구설에 휩싸였다.
영국과 프랑스 등에서도 관련 고위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