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확인하는 건 기본 루틴입니다.
밤새 쌓인 알림을 훑고 숏폼 영상으로 뉴스를 편리하게 확인하고요. 친구와의 대화도, 내 취향을 전시하는 것도 SNS를 거치는데요. 특히 청소년 세대에게 SNS는 선택지가 아니라 일상의 기본값에 가깝습니다. 다양한 SNS 플랫폼을 통해 놀고 배우고, 또 관계를 맺는 거의 모든 순간에 SNS가 함께하죠.
그런데 심상찮은 분위기가 흐릅니다. 여기저기서 '청소년 SNS 금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데요. 유럽에서 관련 법안을 마련했거나 검토 중인 나라는 벌써 10개국을 넘은 상황입니다.
이 흐름, 바다를 건너 한국에도 도입될까요?

8일(현지시간) 체코에서는 15세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는 이날 자신의 SNS에 올린 영상에서 "전문가들이 소셜미디어가 아이들에게 엄청 해롭다고 한다. 우리는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며 15세 미만 SNS 금지에 찬성한다고 말했는데요.
카렐 하블리체크 부총리도 CNN 프리마뉴스에 출연해 정부가 관련 법안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며 결정되면 올해 안에 법안을 의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은 이미 지난해부터 포착된 바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호주는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SNS 사용에 세계 최초로 철퇴를 내렸는데요. 페이스북부터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 10개 SNS는 16세 미만 이용자의 기존 계정을 삭제하거나 16세가 될 때까지 비활성화해야 합니다. 지키지 않는다면 최대 4950만 호주달러(한화 약 485억원)의 벌금을 물게 되죠.
그 뒤를 이은 건 영국이었는데요. 영국은 지난달 청소년의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을 막기 위한 사용 시간제한 제도 도입과 틱톡이나 유튜브의 쇼츠 영상 목록과 같은 '무한 스크롤' 등 중독성 디자인 폐지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습니다. 정부 차원의 논의와 별개로 교육 당국은 학교에서의 휴대전화 사용에 대해서도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죠.
프랑스와 덴마크는 15세 미만의 SNS 금지 법안을 추진 중이고요. 스페인에서는 16세 미만 SNS 이용 금지, SNS에서의 엄격한 연령 확인 도구 도입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마련할 방침입니다.
특히 스페인은 SNS의 혐오·불법 콘텐츠와 관련해서는 SNS 플랫폼 기업 경영진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까지 제시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X(옛 트위터)를 소유한 일론 머스크와 대립각이 서기도 했죠. 일론 머스크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를 폭군이자 스페인 국민의 배신자, 또 파시스트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습니다.
이외에도 미성년자 SNS 사용 제한 법안을 도입했거나 논의 중인 나라는 포르투갈, 덴마크, 그리스, 노르웨이, 폴란드,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10개국이 넘습니다.

이 같은 흐름엔 청소년들의 건강 문제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SNS 과다 사용이 청소년의 우울증이나 불안, 수면 장애를 유발하고 사이버 불링, 성범죄 등 온라인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는데요. 호주에서 SNS 금지법에 대한 논의에 불이 붙은 것도, 2024년 1월 한 14세 소년이 SNS를 접한 뒤 신체 혐오와 섭식장애 등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일 때문이었죠.
여기에 숏폼 콘텐츠, 계속해서 다음 콘텐츠를 감상하게 되는 무한 스크롤 구조 등 중독적인 알고리즘이 전두엽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는 등 연구 결과들이 누적되면서 플랫폼 측의 자율 규제에는 한계가 있다는 여론이 확산했습니다.
SNS 플랫폼 입장에서는 폭탄이 떨어진 것과 마찬가집니다.
SNS의 핵심 이용자층은 청소년입니다. 체류 시간이 길 뿐만 아니라 반응성 역시 높은데요. 특히 챌린지나 소통 등 현재 SNS의 주류 문화를 선도하는 층입니다. 기업들이 10대 이용자들을 타겟팅하는 이유 역시 이들의 취향과 습관이 곧 미래의 수익 구조와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입니다. 즉 청소년들이 SNS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건 단순한 이용자 수 급감을 넘어 규제를 위한 기술적 비용을 확대하고 수익성 구조를 흔드는 악재와 다름없는 셈이죠.

한국도 이 같은 흐름에서 예외는 아닙니다. SNS를 통한 사이버 괴롭힘, 성범죄 등은 공분을 자아내고요. 중독과 유해 콘텐츠 노출 등 무분별한 SNS 사용도 우려를 더합니다.
우리나라 10대 청소년들의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플랫폼에서 동영상 콘텐츠를 시청하는 시간은 3시간이 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습니다. 특히 길이가 짧은 숏폼 콘텐츠의 시청 증가세가 두드러졌다는 분석이죠.
7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재단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해 6·9월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26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95.1%는 지난 일주일간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시청 시간은 일평균 200.6분, 약 3.3시간이었죠. 학교급별로는 중학생이 233.7분으로 가장 많고 고등학생 226.2분, 초등학생이 143.6분이었는데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이용한 적 있다고 답한 응답자만을 대상으로 하면 일평균 시청 시간이 210.8분으로 늘어납니다.
해당 흐름에 대한 우려와 함께 규제의 움직임도 나옵니다. 다음 달부터는 전국 초·중·고교에서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시행되기도 하죠.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 현상을 막고 학생의 정신건강을 보호한다는 게 개정안의 취지입니다.
다만 과거 '셧다운제'와 관련한 악몽(?)이 학습 효과로 남아 있기 때문일까요? 'SNS 전면 금지'에 대해선 비교적 신중한 기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2011년 도입된 셧다운제는 자정부터 오전 6시 사이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막는 제도였습니다. 청소년 수면권을 보호하고 게임 과몰입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였는데요. 도입 당시에는 인터넷 게임 사용자의 주된 이용 경로가 PC였던 터라 인터넷에 접속하는 PC 기반의 게임만을 규제 대상으로 설정한 바 있죠.
다만 이후 모바일 게임이 급성장하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게임 외에도 SNS, 1인 방송,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웹툰 등 심야시간대 청소년 이용 매체가 다양하다는 등 현실에 비추어봤을 때 특정 산업에 대한 과잉 규제라는 비판도 거셌죠. 청소년의 자유권을 침해한다는 의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결국 셧다운제는 도입 10년 만인 2021년 폐지됐지만, 해외 주요국보다 과도한 규제로 게임 산업 경쟁력을 저하시켰다는 씁쓸함까지 지우진 못했죠.
해외의 미성년자 SNS 사용 금지 제도를 주시하면서도 신중론을 펼치는 것도 실효성과 형평성 때문입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5일 청소년들과 SNS 과의존 문제에 대한 간담회를 열고 청소년들의 의견을 청취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청소년들은 SNS 중독에 따른 정서적 피로감과 유해 콘텐츠 범람 문제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SNS 이용시간을 강제하는 제도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표했습니다.
SNS가 청소년의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 상황에서, 법제화가 최선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 상황인데요. 특히 셧다운제를 거치며 규제의 부작용을 몸소 경험한 한국 사회에선 더욱 그렇겠죠. 전면 금지 대신 알고리즘 책임 강화, 연령 확인 기술 도입,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확대 등 다양한 대안이 거론되기도 하는 이유입니다. 다만 해외 사례가 누적되고 사회적 합의가 형성될수록 논의의 수위가 달라질 가능성은 열려 있는데요. 미성년자의 SNS 이용 금지, 과연 세계적인 표준이 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