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낙인으로 시작한 지배구조 개혁, 외풍의 틈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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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개혁은 선택지가 아니다. 신뢰를 세우는 최소 조건이다. 다만 개혁이 낙인에서 출발하는 순간 방향은 쉽게 비틀린다. 주총을 앞둔 금융지주들은 지금 그 흔들림을 피부로 느낀다.

이재명 대통령의 부패한 '이너서클' 지적 이후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까지 가동하면서 이사회는 결론이 아니라 과정과 원칙으로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시간에 들어섰다.

주총 테이블에 올라온 안건들은 예년과 다르지 않다. 회장 연임, 사외이사 재선임, 보수체계 같은 정기 의제가 대부분이다. 달라진 건 공기다. 같은 안건도 올해는 의결 자체보다 절차와 맥락이 먼저 읽힌다. 공시의 문구, 설명의 톤, 질의의 방향이 이사회의 태도를 드러내는 신호가 됐다.

지금이라도 논쟁의 본질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너서클의 존재 자체는 악(惡)이 아니다. 금융지주의 최고경영자(CEO)는 정치처럼 표로 선출되지 않는다. 성과와 역량을 검증받아 최종적으로 선임되는 자리다.

문제는 절차가 흐려질 때다. 후보군을 어떤 방식으로 발굴해 넓혔는지, 평가 기준이 무엇인지, 이해상충을 어떻게 걸러냈는지, 이사회가 어떤 쟁점을 따졌는지 드러나지 않으면 남는 건 결과뿐이다. 과정 없는 결론은 프레임이 파고드는 틈이 된다.

프레임이 먼저 자리를 잡으면 논쟁은 빠르게 단순화된다. 오래했으니 바꿔야 하고, 안에서 뽑았으니 문제라는 식이다. 그렇게 흐름이 한쪽으로 쏠리면 해법도 거칠어진다. 바깥에서 새 얼굴을 찾자는 목소리가 커진다.

그러나 단순 처방은 대개 더 큰 부작용을 남긴다. MB 정부 시절 강만수·어윤대·이팔성·김승유가 이른바 금융 4대 천왕으로 거론되며 외부 영입이 혁신보다 관치·낙하산 논쟁과 내부 갈등으로 이어졌던 전례가 있다. 정치적 명분이 붙는 순간 새 얼굴은 곧 외풍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배구조 개혁의 목표는 '이너서클'을 지우는 게 아니다. 권력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견제 장치를 세우고 승계와 의사결정 과정을 상시로 관리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후보 발굴과 평가 기준, 이해상충 관리, 이사회 논의의 쟁점이 분명하게 남아 있어야 한다.

금융지주도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내부통제 실패와 폐쇄성 논란이 반복되며 불신이 쌓인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해법은 낙인과 맞서는 말싸움이 아니라 낙인이 붙지 않게 절차를 더 촘촘히 다듬는 데 있다. 이번 주총에서 중요한 것도 결국 결론이 아니라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다.

결국 지배구조 TF가 손봐야 할 건 사람보다 구조다. 승계는 급조가 아니라 상시 관리 체계여야 한다. 후보군을 꾸준히 관리하고 역량 기준을 계속 다듬어야 한다. 사외이사 선임도 구호가 아니라 기준과 근거로 설계하고, 다양성과 전문성이 간판에 그치지 않도록 검증 장치를 갖춰야 한다. 위원회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해 견제가 형식에 머물지 않게 하고 독립성이 실제로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올해 주총의 관전 포인트는 연임이냐 교체냐가 아니다. 과정이 비지 않게 원칙이 흔들리지 않게 해야 한다. 지배구조 개혁은 이 두 가지를 세우는 작업이어야 한다. 그래야 외풍도, 낙인도, 정치 개입의 틈도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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