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공공 임대ㆍ기업형 민간임대로 대체 어려워”
“규제 강도보다 일관된 방향성 필요” 지적도

이재명 대통령이 매입임대주택 존속 여부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면서 민간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매입임대가 전·월세 시장에서 일정 부분 공급 기능을 맡아온 만큼 제도 개편 논의가 민간 임대 기반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 방향의 일관성과 세밀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임대용 주택을 건축했다면 몰라도 임대사업자 등록만 하면 집을 얼마든지 사 모을 수 있다는 것도 이상하다”며 “한 사람이 수백 채씩 사 모으면 수만 채를 공급한들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설임대가 아닌 매입임대를 계속 허용하는 것이 맞는지 의견을 묻는다”며 사회적 논의를 촉구했다. 이날도 등록임대주택에 적용돼 온 혜택이 의무임대기간 종료 이후에도 유지되는 것이 과도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현행 민간 등록임대사업자 제도 개편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주택자 규제 강화 기조 속에서 임대사업자 제도 전반을 재점검하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매입임대주택은 민간 차원의 전·월세 공급과 주거 사다리라는 순기능이 있으나 일부가 매물을 독점해 실수요자의 기회를 뺏는 투기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동시에 받았다. 이번 문제 제기는 ‘매입임대가 투기성 다주택 확대 통로로 작동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전문가들은 제도 구조와 임대시장 역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매입임대 부작용은 줄이되 공급 기능을 급격히 위축시키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매입임대를 투기로 규정하면 임대 공급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 A씨는 “매입임대는 민간 주택시장에서 중요한 공급 방식이며 투기와 동일 선상에서 볼 사안은 아니다”라며 “공공만으로 임대차 시장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매입임대 자체를 부정하는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지 자문위원인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기존 주택을 매입해 임대하는 방식이 부정되면 서울 전세 물량은 구조적으로 줄어든다”며 “공공이 서울 전세를 모두 대체하려면 막대한 재정과 부지 확보가 필요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행 제도가 이미 상당 부분 정리된 상태란 의견도 있다. 부동산 전문가 B 씨는 “현행 제도는 취득세 중과 등 세 부담이 크게 강화돼 임대사업자로 집을 사 모으기 쉽지 않은 구조”라며 “아파트 임대사업은 이미 중단됐고 남아 있는 비아파트 임대는 투기 수요보다 전·월세 공급 기능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본지 자문위원)는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될수록 민간 임대 물량은 줄어드는 구조”라며 “공공이 임대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의 역할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대주택이 충분히 공급되고 있는지,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양질의 임대주택이 있는지 등을 점검한 뒤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의 핵심은 규제 강도가 아니라 일관된 방향성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본지 자문위원인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모든 정책은 일관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를 반복하면 시장과 사업자 모두 혼란을 겪고 사회적 소모가 커진다”고 우려했다. 이어 “건설임대는 허용하되 매입임대는 비아파트까지만 허용하는 등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규제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임대사업자 제도는 정권마다 기조가 크게 흔들렸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8월 비아파트 단기 유형과 아파트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했다. 이후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 등을 이유로 비아파트에 한해 등록임대를 부활시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