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와타나베 부인’⋯금·은값 광풍 뒤 ‘中 아줌마 부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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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개인투자자, 작년 글로벌 금괴ㆍ금화 매입 3분의 1 차지
부동산 침체·증시 부진·저금리 속 대안으로 부상
ETF·실물 투자 동시 급증⋯Z세대서도 인기

▲사진은 중국 저장성 후저우시의 한 귀금속 매장에서 1월 29일 고객이 금 장신구를 살펴보고 있다. (후저우(중국)/신화뉴시스)

#43세 중국 고교 교사 로즈 톈은 춘제(설) 연휴를 앞두고 베이징에서 가장 큰 보석상을 방문해 금으로 된 팔찌ㆍ목설이ㆍ반지를 구경했다. 그는 수년간 자신과 가족을 위해 수천 달러어치 금을 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금·은 광풍 뒤에 있는 중국의 아줌마(Auntie) 투자자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런 중국 개인투자들이 국제 금과 은 가격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으며 이들은 전 세계 트레이더들을 사로잡은 투자 열풍의 핵심 동력이라고 짚었다.

금과 은 시장에서 이들의 영향력이 마치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을 방불케 한다고 본 것이다. 와타나베 부인은 저금리의 엔화 자금을 빌려 전 세계에 투자하는 일본 개인투자자들을 가리킨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중국 투자자들은 지난해 금괴와 금화 약 432t(톤)을 매입했다. 이는 전년 대비 28% 증가한 수치이며 전 세계 매입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금값이 최근 급락하는 등 변동성을 보였지만 톈은 “금은 훌륭한 안전자산이라고 믿기 때문에 여전히 금값 상승을 낙관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 가계가 자산을 맡길 만한 좋은 투자처가 많지 않은 것이 금 투자 열풍의 배경으로 꼽힌다. 중국 부동산시장은 침체돼 있고 증시는 변동성이 크며 은행 금리는 낮다. 이런 상황에서 ‘아줌마 투자자’로 불리는 중년 여성부터 Z세대까지 금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내에서 금과 은은 국제 기준가보다 더 높은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수요가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인기만큼 구매 경로도 다양하다. 많은 중국인이 위챗이나 알리페이 같은 앱을 통해 커피를 주문하듯 쉽게 금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한다. 중국 금 ETF는 지난해 사상 최대 자금 유입을 기록했고 상하이선물거래소의 금 선물 거래량도 연간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WGC는 알렸다.

금 실물을 원하는 이들도 많다. 중국 금 시장과 보석점에는 금괴나 유리병에 담긴 1g짜리 ‘금콩(금 알갱이)’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모습이 흔하다.

그렇다고 투자 위험이 낮은 것은 아니다. 연초 금속 가격 랠리는 달러 약세, 국채 수익률 하락, 중앙은행 매입 증가에 힘입어 가속화됐다.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자들은 레버리지를 활용해 투자 규모를 키웠다. 그러나 이내 시장은 방향을 바꿨다. 지난달 30일 하루에만 금 현물은 약 9.0%, 은 현물은 26.4% 각각 급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케빈 워시를 차기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으로 지명하겠다고 밝히자 달러가 강세로 돌아선 데 따른 것이 배경이다.

이에 관망 움직임도 감지됐다. 베이징의 대형 귀금속 상가인 톈야시장의 한 판매 담당자는 WSJ에 “최근 가격 급락 뒤에도 금괴 매입이 늘긴 했지만 고객 사이에서는 ‘기다려보자’는 관망세가 지배적”이라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중국 개인투자자들의 귀금속 사랑은 여전하다. 30대의 한 허난성 주민은 “금값이 크게 올라 몇 년 전 샀던 금을 처분해 두 배 정도의 수익을 올리면서 차익실현을 했다“며 “대신 은을 사 모으고 있다. 가격이 하락해도 이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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