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율 논쟁 넘어 ‘구조 개편’ 시험대…대한상의 상속세 논란이 남긴 과제

기사 듣기
00:00 / 00:00

OECD 상속세 최고세율 2위…최대주주 할증 땐 60%까지
공제 확대·납부방식 유연화·과세체계 전환까지…상속세 개편 논의 재점화

과다한 상속세로 ‘백만장자 2400명 탈한국’이 일어났다는 주장은 국세청의 전수분석 결과 공개에 따라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기사= ‘백만장자 2400명 탈한국’ 주장에 국세청장 “실제 해외이주 연 139명 불과”>

다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상속세 부담 수준과 제도 구조를 둘러싼 논의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논쟁의 무게중심이 해외이주 여부에서 ‘현행 상속세 체계가 현실에 부합하는가’라는 구조적 질문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 OECD 최고 수준 세율…과세 범위는 넓어지고 공제는 제자리

▲상속세 부담과 제도 복잡성을 다룬 2024년 OECD 관련 보도와 함께, 상속세 논란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일러스트가 사용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상속세 부담 논의의 출발점은 세율 구조다. 우리나라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여기에 대기업 최대주주 보유 주식에 대한 할증평가까지 반영하면, 상속 과정에서 체감되는 실효 부담이 60% 수준까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세 대상도 빠르게 늘었다. 상속세 과세 인원은 2002년 1661명에서 2024년 2만1193명으로 약 13배 증가했고, 같은 기간 전체 국세 수입에서 상속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0.29%에서 2.14%로 높아졌다. 과거 초고액 자산가 중심의 세금이던 상속세가 자산 가격 상승과 함께 점차 중산층까지 체감되는 세금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공제 체계는 자산 가격 상승 속도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현행 제도상 일괄공제는 5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고, 배우자공제 등 각종 공제를 감안하더라도 수도권 주택 가격과 금융자산 증가를 고려하면 일반 가구도 상속세 과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이재명 대통령이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 확대 필요성을 언급해 온 배경도 이런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 세율 인하보다 ‘구조 손질’…납부방식·과세체계 개편론 부상

▲정부세종청사 내 재정경제부 청사 현판. (연합뉴스)

세율 인하를 둘러싼 찬반과 별개로, 상속세 제도의 구조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쟁점은 납부 방식이다. 일반 상속의 연부연납 기간은 최대 10년에 그치고, 가업상속에 한해 일부 완화된 분납 제도가 적용된다. 연부연납 잔액에는 연부연납가산금이 붙는데, 이자율은 국세환급가산금 이율을 준용해 2026년 기준 3.1% 수준이다. 장기간 분할 납부 시 이자 부담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상장주식 물납이 원칙적으로 제한돼 있어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상속인은 지분 매각이나 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도 개선 과제로 꼽힌다. 기업 승계 과정에서 경영권 안정성과 자금 조달 부담이 동시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이유에서다.

과세체계 전환 논의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현행 상속세는 피상속인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세’ 방식이지만, 상속인이 실제로 취득한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로 전환할 경우 부담을 보다 세분화하고 과세 형평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해외 주요국에서도 상속인 과세 방식을 채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번 논란을 계기로 상속세 제도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이번에는 (높은 상속세에 따른 부자 해외 유출이)아니라고 해도, 정부가 글로벌 스탠더드보다 과도하게 높은 세금을 매기면 자산가들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상속세는 미국이나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최고세율이 지나치게 높아 논란의 여지는 분명히 있다”면서도 “다만 한국은 빈부 격차가 크고 부동산 가격이 높은 구조적 특성을 가진 만큼, 단순한 세율 인하 논쟁을 넘어 배우자·자녀 공제 제도와 명목세율이 아닌 실효세율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놓고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상속세 논의가 자극적인 ‘탈한국’ 프레임을 벗어나, 세율·공제·납부 방식·과세체계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방향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