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재인상 공포⋯산업부, 또다시 '통상 블랙홀' 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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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장관, 작년 취임 후 美 협상 올인⋯행정 공백 재현 우려
제조 AI 대전환·5극 3특 등 핵심 정책 고군투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관세 등 통상 현안을 논의했다. (사진제공=산업통상부)

미국발(發) ‘관세 재인상’ 리스크가 다시 불거지면서 산업통상부에 ‘통상 블랙홀’의 공포가 드리우고 있다.

작년 7월 취임한 김정관 장관을 비롯한 수뇌부가 미국과의 협상에 매달리며 겪었던 ‘행정 공백’ 사태가 불과 1년도 안 돼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관가에서는 또다시 통상 리스크 방어가 산업부의 최대 현안이 될 경우 미래 먹거리를 위한 산업 정책 동력이 상실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산업부는 최근 미국 정부의 대한국 관세 25% 재인상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태 파악과 우리 측의 입장 전달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국의 관세 인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3일(현지시간) “미국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관세 인상 발표를 관보로 공식화하는 문제를 놓고 관계 부처 간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SNS를 통해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지연을 이유로 자동차·목재·의약품 관세를 25%로 원상 복구하겠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현실화할 수 있는 셈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미국의 관세 재인상 불씨가 꺼지지 않고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실물경제를 이끄는 산업부 수장의 장기 부재가 또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작년 7월 21일 취임한 김정관 장관은 취임 103일 만인 10월 29일 한미 관세 협상(자동차 25→15% 등) 최종 타결을 이끌어 냈다. 당시 그는 매달 미국을 오가며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직접 조율했다. 취임 후 대부분의 시간을 미국과의 협상에 할애한 것이다. 지난달 하순(28~31일)에는 관세 재인상 협의를 위해 미국을 찾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등과 면담을 가졌다.

산업부 안팎에서는 미국의 압박 수위가 여전해 김 장관을 비롯한 수뇌부가 작년처럼 ‘워싱턴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수장 공백 리스크’가 산업부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핵심 산업 정책들의 추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산업부는 실물경제의 활력 지속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올해를 ‘제조 인공지능(AI) 대전환(M.AX)’의 원년으로 삼고 관련 정책을 적극 추진 중이다. 김 장관은 작년 9월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 관세 협상이 아니면 제조 M.AX가 제1순위 현안”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지방 시대를 열기 위해 수도권 외 지역을 5개 초광역권과 3개 특별자치권으로 나눠 육성하는 ‘5극 3특’ 추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주요 현안을 컨트롤해야 할 수뇌부의 역량이 또 다시 미국 관세 방어에 쏠리면 정책 드라이브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산업부는 작년 9월 한미 관세 협상 지연 여파로 인한 민원 때문에 큰 홍역을 치렀다. 당시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는 매달 약 4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당시 업계에서는 제발 빨리 좀 해결해 달라는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며 “관세 25% 복원으로 작년과 같은 상황이 재현되면 직원들의 피로감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다른 정책 사안에 대한 집중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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