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거래소가 추진하는 거래시간 연장안을 두고 자본시장 선진화라는 명분과 시장 왜곡 및 노동권 침해라는 현실적 우려가 정면으로 충돌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거래시간 연장을 기정사실화 하며 추진하는 가운데 증권업계와 산하 노조들의 반발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한국거래소는 신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자본시장 대도약을 위한 거래소 핵심전략을 발표했다. 거래소는 오는 6월부터 프리·애프터 마켓을 도입해 거래시간을 12시간으로 늘리고, 2027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24시간 거래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은보 이사장은 "미국 나스닥 등 주요 거래소가 24시간 거래를 도입하는 등 글로벌 유동성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특히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 중 한국인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을 들어, 국내 시장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유동성 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시간 간담회장 밖에서는 증권노조를 중심으로 한 노동자들의 거센 반대 집회가 이어지며 거래소의 독단적 행정을 비판했다.
이창욱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증권노조) 부위원장은 "거래소의 계획이 투자자 편의라는 포장지에 싸인 '수수료 챙기기'"라며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와의 점유율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무리한 강행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거래시간 연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본질적 대책이 될 수 없다"며 "실질적인 지배구조 개선이나 제도적 변화 없이 거래 시간만 늘리는 것은 '물건 없는 편의점'을 24시간 운영하는 것과 다름없으며, 유동성이 부족한 시간대의 변동성을 키워 개인 투자자의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업계 종사자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거래소는 업계 시스템과 비용, 인력과 관련한 질의에 대해 무엇 하나 뚜렷하게 답변을 주지 않았다"며 "거래소와 추가 협의나 간담회 일정도 아직 잡혀있지 않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시스템 안정성과 시장 감시 기능의 공백에 대한 우려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정 이사장은 간담회에서 "증권사들의 IT, 시스템 등을 감안해서 거래시간 연장시기를 결정했다"며 "대한민국 시장도 제도적으로 선진화 돼 있다"고 말했지만 업계 종사자들의 입장은 달랐다.
집회에 참석한 증권사 한 직원은 "프리마켓 오픈 시 시스템적으로 시장 감시 기능이 완벽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도입은 금융 선진화가 아닌 시스템 불안을 야기할 뿐"이라며 "결국 투자자와 노동자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업계 내부에서도 거래소의 압박에 의한 '강요된 선택'"이라며 "중소형 증권사들은 전산 개발 비용과 인력 운용 부담을 호소하고 있으나, 상장 심사나 감사 등 거래소의 막강한 권한을 의식해 공개적인 반대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