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전략 핵무기 제한 없는 세계 도래” 우려
후속 협정 요구 커지지만 협상 전망 불투명
美는 중국 참여, 러는 영·프 포함 요구

미국과 러시아 간 ‘신전략무기감축조약(뉴스타트)’이 발효 15년 만에 종료되며 새로운 군비경쟁 시대가 열리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군비통제 및 비확산 센터’는 뉴스타트 조약이 만료되면서 미국과 러시아 양국이 서로의 핵무기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던 조항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센터는 뉴스타트 조약이 단순히 양국의 핵무기 수만 제한하는 것을 넘어 실제 정보를 바탕으로 안보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관 관계자는 “우리는 지난 50년간 군과 정책 결정자들이 안보 문제를 판단하는 데 사용해왔던 전례 없는 검증 수단을 상실했다”면서 “수십 년 간의 외교 노력이 끝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핵 군축 관련 외교적 대화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사실상 중단됐다. 이후 지난해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뉴스타트 조약을 1년 연장하자고 제안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에 답하지 않았다.
BBC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오던 선진국들의 군비축소 조약들이 최근 수년간 잇따라 폐기되었던 점을 지적하며 “군축 조약 폐기 흐름이 이어진 끝에 뉴스타트 조약마저 만료됐다”고 보도했다.
뉴스타트 조약 만료 이전에 유럽 내 단거리 핵미사일 배치를 감축한 ‘중거리핵전력조약’, 미국과 러시아가 비무장 정찰기로 상대측의 군사시설을 감시하도록 한 ‘항공자유화조약’,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유럽 내에 배치할 수 있는 재래식 전력 규모를 제한한 ‘유럽 재래식 무기 감축 조약’ 등이 이미 무력화된 바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약 50년 만에 러시아와 미국의 전략 핵무기에 대한 어떠한 구속력 있는 제한도 없는 세계를 맞이하게 됐다”며 “수십 년간 쌓아온 노력이 허물어지고 있다. 양국은 후속 협정을 위한 협상에 속히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속 협정 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단기간 내에 이뤄지긴 어려워 보인다. 미국은 새 군축 협정을 체결한다면 중국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입장이고 러시아는 프랑스와 영국이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과 미국의 핵전력은 비슷한 수준이 아니다. 그렇기에 중국에 핵 군축 협상 참여를 요구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은 요구”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새로운 협정 체결이 요원한 상황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핵전력 군비경쟁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타트 조약 만료와 관련해 크렘린궁 관계자는 “러시아는 (조약 만료와 관계없이)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현재 상황에서 뉴스타트 조약 당사국들은 조약에 구속되지 않는다”며 “원칙적으로 다음 단계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다리아 돌지코바 왕립합동군사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 러시아, 중국은 장거리 초음속미사일 등 신무기 개발에 한창”이라며 “군사적 역량을 확대하는 국가들이 있어 새로운 군축 조약을 맺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