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애 예능의 마지막 회는 늘 유사하기 마련입니다. 누군가는 선택을 포기하고, 마음이 닿은 커플은 손을 잡고 촬영장을 빠져나가는데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솔로지옥 시즌5(이하 솔로지옥5)' 역시 최종 선택을 앞둔 만큼 커플 탄생 여부에 관심이 드높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결말만큼 흥미를 끄는 건 '솔로지옥5' 안에서 형성된 서사와 감정의 깊이일 텐데요. 특히 이번 시즌은 어느 때보다 살벌한 분위기까지 연출되면서 시청자들의 긴장감을 드높여왔습니다. 호감과 질투, 탐색과 눈물이 교차하는 사이 이 프로그램은 다시금 넷플릭스 내 K-연애 예능의 단단한 입지를 증명해냈죠.

'솔로지옥'은 2021년 첫 시즌이 공개된 데이팅 리얼리티쇼입니다. 공개 전부터 한국판 '투 핫(Too Hot To Handle)'으로 불리며 관심을 모았는데요. '투 핫'이 스킨십 금지라는 강한 규칙과 자극적인 미션을 앞세웠다면, '솔로지옥'은 보다 정서적인 접근을 택했습니다. 외적 조건뿐 아니라 출연자 간의 감정 변화와 선택의 맥락을 따라가는 방식이었죠. 과거 연인의 서사를 파고드는 '환승연애'의 현실감, 결혼이라는 실전 궤도에 오른 출연진의 '나는 솔로' 속 극사실주의와 달리 '솔로지옥'은 철저히 고립된 환경과 시각적 판타지를 결합해 '본능적 끌림'이라는 원초적인 쾌감에 집중하며 입지를 다졌습니다.
매 시즌 출연진도 화제가 됐습니다. 시즌1에 출연한 인플루언서 프리지아는 화려한 비주얼과 솔직 털털한 화법, 감각적인 스타일로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섰죠. 시즌1은 넷플릭스에서 한국 예능 최초로 글로벌 톱10 TV쇼(비영어 부문)에 2주 연속으로 4위에 오르면서 성공적인 시리즈 출범을 알렸습니다.
시즌2에서는 유튜버로 잘 알려진 덱스가 메기로 합류하면서 인기를 높였습니다. 신슬기와의 수영장 신은 아직도 회자되는 명장면 중 하나인데요. 덱스의 망설임 없는 태도와 명확한 선택은 서사를 단순하게 만들면서도 몰입도를 끌어올렸고, 그는 곧 프로그램의 얼굴이자 '솔로지옥' 세계관을 상징하는 인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후 시즌3와 시즌4를 거치며 캐릭터 중심 서사는 한층 강화됐습니다. 시즌3에서는 이관희가, 시즌4에서는 육준서가 맹활약하면서(?) 화제성을 견인했는데요. 단순한 일회성 '스타 배출'을 넘어 인물들의 매력과 선택, 이들이 형성하는 관계가 하나의 이야기로 모이는 구조로 큰 사랑을 받았죠.
그 결과는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지난해 공개된 시즌4는 첫 주차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 480만을 기록하며 시리즈 사상 가장 높은 오프닝 스코어를 달성했는데요. 특정 출연자에 대한 화제성뿐 아니라,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신뢰와 기대감이 누적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현재 공개 중인 '솔로지옥5'는 시리즈 가운데서도 유독 돋보입니다. 누가 먼저 다가가고 물러서는지, 감정을 언제 드러내고 숨기는지가 이야기 향방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됐기 때문인데요. 그 중심에는 단연 최미나수가 있죠.
먼저 그는 남성 출연자 4명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면서 시선을 모았습니다. 임수빈과 천국도를 같이 다녀온 뒤 이성훈에게 초콜릿을 건넸고요. 다음으로 천국도에 함께 가고 싶은 사람으로는 우성민을 꼽았습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남성으로는 송승일을 언급하죠. 참고로 송승일은 김민지와 안정적인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있던 인물입니다.
최미나수와 김민지는 상반된 방식으로 호감을 표현하며 관계의 주도권을 놓고 맞붙는데요. 직설적이고 단호한 태도와 감정을 조율하며 판을 읽는 전략이 대비되면서 단순한 러브라인을 넘어선 심리 싸움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패널들조차 이례적인 직설을 내뱉습니다. 최미나수가 "혹시 두 남자와 손잡고 나가면 안 되나"라고 묻자, MC 홍진경은 자신도 모르게 "작작하세요"라고 일갈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죠.
변수 역시 적절한 시점에 작동했습니다. 이번에는 배우 조이건, 모델 이하은이 '쌍 메기'로 등장하면서 기존 출연자들을 긴장케 했는데요. 여기에 한층 더 강력해진 진실게임까지 펼쳐지면서 시청자들을 경악에 빠뜨렸죠.
무엇보다 시즌5의 도파민은 '솔직함'에서 나옵니다. 감정을 포장하거나 숨기기보다 실망과 불안, 경쟁심을 그대로 드러내는 장면이 반복되는데요. 3일 공개된 '솔로지옥5' 9회에서 송승일과 천국도 데이트를 다녀온 최미나수가 김민지와 대화하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최미나수는 "여기 갔다 저기 갔다 그런 마음은 아니었다"며 "승일 님이 저한테 알아가고 싶은 사람이 나랑 민지 님이라고 했다. 승일님 결정에 따라 (내가) 바뀔 거 같다"고 말했는데요.
이때 김민지는 "갈대 같다. 누가 '나 너 좋아'하면 좋은 거냐"면서 "자기가 자기를 모르는 거 같다. 모르는데 어떻게 연애를 하냐. 나는 내 감정을 안다"고 최미나수의 애매한 마음을 날카롭게 지적했습니다. 최미나수는 "나를 모르는 건 아니고 사람마다 나를 끌어낼 수 있는 내가 있다. 그게 다르니까 어떤 모습의 내가 제일 마음에 드는지를 보는 거 같다"고 받아쳤지만, 이후 혼자 눈물을 쏟아냈죠. 최미나수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선 "민지 님이 '네가 너를 잘 몰라'라는 얘기를 했다. 굉장히 기분이 나쁘고 무례하다고 느껴졌다. 그 말이 상처가 됐던 걸 꾹 참고 나중에 터졌다"고 고백했습니다.
'솔로지옥5'의 도파민은 빠른 전개나 자극적인 장면보단 감정이 어긋나는 순간에 집중돼 있습니다. 연애 예능이지만, 시청자들이 끝내 놓지 못하는 건 감정이 흔들리는 과정일 텐데요. 천국도와 지옥도, 각종 미션과 진실게임 등도 이러한 감정의 균열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에 힘입어 '솔로지옥5'는 2주 연속 최고 기록을 쓰면서 글로벌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톱10 웹사이트에 따르면 '솔로지옥5'는 390만 시청 수(1월 26일~2월 1일), 3730만 시청 시간을 기록했는데요. 이에 힘입어 넷플릭스 톱10 비영어 쇼 부문 2위를 유지하며 막강한 화제성을 입증했죠. 국내를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대만, 브라질, 일본, 모로코 등 26개국 톱10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여기에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FUNdex)가 3일 발표한 1월 5주차 TV-OTT 통합 비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부문에서는 최미나수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프로그램 자체 화제성 역시 전주 대비 40.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죠.
이 같은 성과는 단순한 '흥행'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넷플릭스 입장에서 '솔로지옥'은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되는 드라마·영화와 달리 비교적 안정적인 비용 구조로 글로벌 반응을 확보할 수 있는 효자 콘텐츠인 셈인데요. 시즌이 거듭될수록 포맷에 대한 관심이 누적되고, 시청자 역시 프로그램의 문법에 익숙해지면서 초기 진입 장벽도 낮아집니다.
무엇보다 순차 공개 전략과의 궁합이 좋습니다. 새 회차가 공개될 때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석과 추측이 활발히 오가게 됩니다. 단발성 화제에 그치지 않고 '다음 회차를 기다리게 만드는 구조'가 플랫폼 체류 시간을 늘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출연자 활용 방식도 눈에 띕니다. 덱스를 '솔로지옥' MC로 합류시키는 등 출연자를 다시 콘텐츠 안으로 끌어들이며 세계관을 확장했고, 이는 시청자에게 익숙함과 신뢰를 동시에 제공합니다. 새로운 얼굴을 계속 수혈하면서도 프로그램의 정체성은 흔들리지 않는 효과까지 주죠.
다만, 시리즈의 성공이 공식화될수록 진정성보다는 개인 브랜딩과 SNS 영향력 확대를 우선시하는 홍보성 출연 우려도 커집니다. '솔로지옥'이 일회성 쇼를 넘어 장수 IP로 생존하기 위한 필수 과제와도 맞닿아 있는 지점이죠. 실로 '솔로지옥'은 최종 커플(최커0)이 성사되더라도 현실 커플, '현커'로 이어지는 사례가 극히 드뭅니다.
그럼에도 넷플릭스가 '솔로지옥'을 계속 제작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연애 예능이라는 장르 안에서 화제성, 서사, 플랫폼 전략이 균형을 이룬 드문 사례이기 때문인데요. 시즌5도 최종 선택을 앞둔 지금, '누가 손을 잡고 나갈지'만큼 궁금한 건 '또 다음 시즌엔 어떤 도파민이 찾아올까'가 아닐까요. 최종 선택이 담긴 11~12회의 공개일은 10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