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중국에 ‘최저 판매가격제’ 적용

현대자동차·기아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 수출의 또 다른 거대 시장인 유럽 시장에도 난제를 맞닥뜨렸다. 전기차 성장세를 보이는 유럽 시장 내에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일환으로 보조금 정책이 변화하면서 중국 자동차와 가격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4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기아는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전년 대비 2% 감소한 합산 104만2509대를 판매했다. 양사의 시장 점유율도 0.3%포인트 하락한 7.9%에 그쳤다. 반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같은 기간 유럽연합(EU)과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영국 시장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상하이자동차(SAIC)는 30만6000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24.9% 증가했고, 비야디(BYD)는 18만8000대를 기록하며 268.6%에 달하는 성장률을 나타냈다.
글로벌 보호주의 기조는 유럽연합(EU)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했던 고율 관세 대신, 일정 가격 이하로는 판매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전제로 한 ‘최저 판매가격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EU는 2024년 중국 정부의 보조금 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3%의 관세를 부과해왔지만, 이번 양국 간 협의로 중국 차량 유입은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 독일 정부도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제도를 부활시키며 중국산을 포함한 역외 생산 차량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실제로 유럽 시장에 진출한 중국 전기차들은 이미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점유율도 늘리고 있다. 상하이자동차, BYD, 체리, 립모터, 샤오펑 등 중국 업체들의 유럽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3%까지 증가했다. 보조금 정책 변화가 본격 반영될 경우 중국 브랜드의 확산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런 환경에서 현대차·기아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현대차·기아는 지난달 브뤼셀 모터쇼에서 스타리아 EV와 EV2를 공개하며 유럽 시장을 겨냥한 전기차 라인업 확대에 나섰다. 올해 내 출시 예정인 아이오닉 3는 개발부터 생산까지 유럽에서 진행되는 현지 모델로 꼽힌다. 이들 차량이 모두 중저가 전기차로 중국 기업과의 가격 경쟁은 피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가 미국 외에 유럽을 단일 대안 시장으로 삼기보다는 수출 구조 자체를 다변화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본다. 미국은 현지 생산 중심으로 재편됐고, 유럽은 가격 경쟁이 치열한 시장으로 변하면서 중동·동남아·중남미 등 신흥 시장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계 브랜드의 확산과 보호무역 기조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유럽 시장에서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각 지역 특성에 맞춘 차종과 가격 전략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