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낮에도 어둑어둑한 실내. 누르스름한 천장과 30년 전에나 봤을 법한 인테리어와 낡은 건물 외관.
2일 찾은 서울 광진구 구의동 동서울종합터미널은 40년에 가까운 세월을 그대로 드러냈다. 승·하차 플랫폼은 이용객으로 붐비고 지상 주차장에는 출발 시각을 기다리는 버스들이 빼곡히 주차돼있었다. 차량 출입구는 보도를 가로지른다. 그 때문에 버스가 오갈 때마다 보행자들이 멈춰서는 모습이 반복된다. 휴대전화를 보며 걷던 사람이 버스와 부딪힐 뻔한 아찔한 상황도 목격된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인근 교통량이 늘면서 승용차와 버스가 뒤엉키는 모습도 보였다.
교통 체증, 노후화, 안전 문제 등이 누적된 동서울종합터미널이 39년 만에 지하 터미널 기반의 39층 복합교통허브로의 탈바꿈을 앞두고 있다.

1987년 문을 연 연면적 4만7907㎡의 동서울터미널은 현대화 사업에 착수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현대화 사업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결정을 수정 가결했고, 11월 지구단위계획 결정·고시가 이뤄졌다.
동서울터미널은 하루 110여 개 노선에 평균 1000대 이상 고속·시외버스가 드나드는 동북권 관문으로 꼽힌다. 이용 수요가 유지되는 만큼 시설·동선 문제의 개선 체감도가 사업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용객들도 낡은 시설과 접근·환승 동선의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 본가가 경상남도 진주이고 서울에서 자취 중이라는 대학생 배 모(23) 씨는 “자취방이 건대 인근이라 동서울터미널이 가깝지만 잘 안 찾게 된다”며 “분위기가 으슥하고 무서운 느낌이 들어서 강남 터미널이나 기차를 이용하는 날이 많다”고 말했다.
동서울터미널을 자주 이용한다는 최동수(60) 씨는 교통체증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시골집에 갔다가 서울로 올라올 때 시간대가 잘못 걸리면 터미널 인근 교통체증 때문에 도착 예정 시간이 1시간씩 지연되기도 했다”며 “현대화 사업을 한다니 이후 교통이 좀 편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제시한 개발 구상은 ‘교통은 지하로, 도시 기능은 지상으로’ 탈바꿈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계획에 따르면 새 건물은 지하 7층~지상 39층, 연면적 36만3000㎡ 규모로 조성된다. 터미널·환승센터 등 핵심 교통 기능은 지하로 배치하고, 지상부에는 한강 조망과 보행 친화 공간을 강화한다. 지상 1~4층에는 대형 복합 쇼핑몰이 들어서고, 상부에는 업무시설이 조성될 예정이다.
사업은 민간사업자 신세계동서울PFV가 맡는다. 서울시는 사전협상을 통해 공공 기여 1381억4000만 원을 확보해 강변북로로 연결되는 직결 램프를 신설한다. 한강과 강변역을 잇는 보행데크 조성, 지하철 2호선 강변역사 외부 리모델링, 고가 하부광장 등 녹지·쉼터 조성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터미널 건물 외부는 과거 광나루터를 오갔던 돛단배를 형상화한다. 또 미국 뉴욕 맨해튼 42번가 초고층 주상복합빌딩인 원 밴더빌트의 ‘서밋’ 전망대처럼 360도 파노라마 전망을 할 수 있게 조성한다. 사업이 완료되면 단순 여객터미널이 아닌 대형 쇼핑몰과 사무실, 파노라마 전망대 등을 갖춘 ‘서울 동북권 랜드마크’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현재 사업은 도시계획 절차를 마친 뒤 개별 인허가 단계로 넘어간 상태다. 남은 절차는 교통영향평가, 건축심의, 건축허가 등이다. 서울시는 하반기 교통영향평가를 거쳐 관련 행정절차를 마친 뒤 이르면 올해 안에 착공에 돌입할 예정이다. 완공은 2031년을 목표로 한다.
공사 기간 운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임시 터미널 마련 문제는 그간 숙제로 꼽혔다. 당초 구의공원 활용 구상이 거론됐지만 주민 반발이 이어지면서 대체 부지 논의가 진행됐고, 서울시는 최종적으로 테크노마트 시설을 임시 승차장·대합실로 활용하기로 했다. 테크노마트 측에서도 장기적으로 지역 상권 활성화 효과를 기대해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테크노마트에 임시터미널 조성하는 것과 관련해 상인회에서도 의결이 났다”며 “이후 서울시에서 (도시관리계획) 변경 결정을 한번 더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시 터미널 운영이 시작되면 승·하차 공간, 대기 동선, 인근 교통량 관리 등 ‘현장 운영 디테일’을 어떻게 설계할지는 남은 과제로 꼽힌다.
서울시 관계자는 “테크노마트 승·하차 공간에 몇 대가 들어갈 수 있는지, 경로는 어떻게 할 건지 등 관련 계획은 어느 정도 나와서 상인회에 전달한 상태”라면서도 “서울시 차원에서 관련 내용을 따로 발표하지는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발 기대는 주변 부동산 시장에도 일부 반영되는 흐름이다. 동서울터미널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강변우성’의 경우 전용면적 84㎡(19층)가 지난해 9월 30일 17억5000만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해당 단지 같은 면적이 지난해 1월 14억 원(7층)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8개월 만에 거래가가 3억 원이 오른 것이다.
인근의 ‘구의현대2단지’ 또한 지난달 23일 전용 84㎡(22층)가 22억4000만 원에 거래되면서 최고가를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면적(17층)이 15억7500만 원에 거래돼 1년 만에 약 6억6000만 원 뛰었다.
업계에서는 터미널 현대화와 더불어 쇼핑·업무·전망대 등 복합 기능이 결합될 경우 강변역 일대가 ‘환승 거점’에서 ‘체류형 상권’으로 성격이 바뀌며 주변 생활권 가치도 재평가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구의·자양 재정비촉진지구 등 일대 도시계획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더욱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보인다. 가령 자양1재정비촉진구역은 지난해 초 준공인가를 받으면서 주거와 함께 광진구 통합청사·업무·판매 등 복합기능이 본격 가동 단계로 들어섰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이 지역은 잠실, 성수동과 가까워 위치, 기능적인 메리트가 있는 곳”이라며 “비슷한 사례로 동대구역이 KTX역과 버스터미널, 백화점이 복합되면서 굉장한 시너지를 낸 바 있는데 동서울터미널도 복합개발을 거쳐 서울 동북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터미널의 용량을 늘리고 강변북로 직결 램프를 설치하면 지금의 교통 과부하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워낙 교통량이 많은 곳이라 교통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 되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