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가 대신 갚은 대출 첫 3조… 부실기업 퇴출은 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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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연속 상승…유동화·대환보증 변제액 6배 이상 폭증
코로나 지원 이후 현상, 신보 "부실률은 관리 범위 내”
4분기 재해·재난 기업 ‘부실특례’ 도입…대위변제 확대 우려 여전

신용보증기금의 대위변제액이 사상 처음으로 3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4분기 도입 예정인 부실특례 제도가 부실 기업의 퇴출을 지연시키는 ‘착시 행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신보 재정정보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4대 대위변제액(일반보증·유동화회사보증·소상공인위탁보증·대환보증)규모는 총 3조205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2조2872억 원, 2024년 2조9583억 원으로 3년 연속 가파른 상승세다.

대위변제액 폭증의 원인은 '정책적 보호막'의 제거에 있다. 정부와 신보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피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상으로 원금 상환 없이 만기를 연장해주던 ‘내입(일부 상환) 없는 연장’ 조치를 2023년 9월 기점으로 종료했다. 신보에 따르면 현재는 보증 연장 시 원금의 10%를 반드시 상환하도록 하는 정상화 절차를 밟고 있다.

과거 '0원 상환' 혜택을 누리며 수면 아래 잠겨있던 부실이 10% 상환이라는 문턱을 넘지 못하고 대거 표면화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해주는 신보의 대환보증 대위변제액은 2023년 247억 원에서 작년 1810억 원으로 2년 만에 7.3배 폭증했다. 유동화회사보증(P-CBO) 역시 같은 기간 346억 원에서 2148억 원으로 6.2배 급증하며 부실 규모를 키웠다.

신보는 이 같은 수치 증가가 보증 총량 확대에 따른 후행적 현상이며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신보 관계자는 “대위변제액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이는 보증 규모 자체가 커진 데 따른 기저효과”라며 “부실률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유사한 3%대(2025년 기준 3.7%)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4분기 도입될 ‘부실특례 제도’다. 이 제도는 재해·재난 기업을 대상으로 ‘부실기표’와 사전구상권 행사를 유보하는 것이 골자다. 부실기표란 기업에 부실 사유가 발생했을 때 담당자가 전산에 이를 등록하는 실무 절차로 등록이 완료되야 보증 잔액이 구상권으로 전환되며 대위변제 절차가 시작된다. 이를 유보한다는 것은 사실상 부실 확정 시점을 인위적으로 뒤로 미루는 셈이다.

현재 신보는 특례제도 대상 기업과 유보 기간에 대해 정부와 긴밀히 협의 중이다. 신보 측은 “정부 가이드라인에 맞춰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며 이미 원금 10% 상환 시스템이 작동 중이기에 한계 기업이 무분별하게 연명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정책금융의 리스크 관리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코로나 당시 만기 연장 등 지원책을 펴면서 정산이나 체크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부분들이 현재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자꾸 돈을 주라고 하니 리스크 관리를 재작년부터 시작했어야 했으나 제때 이뤄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정부 재정을 투입해 보증 규모만 늘리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며 “지금이라도 업종별 기준을 세워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청산이 필요한 곳은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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