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이 중복상장 논란으로 예비심사 문턱이 높아지는 가운데, 홍콩 IPO 시장은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홍콩은 유동성 확대에 힘입어 대형 IPO 딜도 소화하는 반면, 국내는 중복 상장 가이드라인 마련 과정에서 심사 중단 사례가 잇따르며 상장 대기 기간이 길어지는 흐름이다.
1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거래소는 IPO를 통해 2858억 홍콩달러를 조달하고 117개 기업 상장을 유치해 글로벌 거래소 실적 1위를 기록했다. 조달 금액은 2024년 대비 2.3배 증가하며 4년 만에 최대 규모를 달성했고, 상장 기업 수도 같은 기간 70% 늘었다.
중국 기업 중심의 대형 딜이 실적을 견인했다. 글로벌 IPO 시장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CATL, 즈진골드, 산이중공업, 세레스그룹 등 4개 기업이 홍콩에 상장했다. 이들의 조달 금액은 127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 홍콩 IPO 조달 금액의 35%를 차지했다. 홍콩거래소 IPO 상위 10건 가운데 6건을 중국 기업이 차지했으며, 전체 홍콩 상장사 117개 가운데 중국 기업은 76개로 절반 이상(65%)에 달했다.
유통시장도 개선됐다. 지난해 홍콩 증시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498억 홍콩달러로 2024년보다 90% 증가했다. 중국 본토 투자자금이 홍콩으로 순유입되는 ‘남향자금’은 2024년 월평균 673억 홍콩달러에서 2025년 1171억 홍콩달러로 74% 늘며 시장 유동성 확대에 기여했다.
중국 기업이 홍콩을 택하는 배경으로는 중국 본토와 미국 대비 상대적으로 유연한 상장 제도와 외국인 투자자금 유치 여건이 꼽힌다. 국금센터는 "중국 본토 상장은 까다로운 재무 조건을 충족해야 하고 금융당국의 상장 기업 수 관리 등으로 심사가 어려워지면서 소요 기간도 9~12개월로 긴 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시장의 경우 미·중 갈등 심화 국면에서 상장 여건이 경직됐다는 평가가 제시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9월 중국 기업에 대한 증권법 조사를 강화했으며, 나스닥도 조달 기준 금액을 2500만 달러로 상향하면서 미국 상장 수요가 줄었다. 반면 홍콩거래소는 2024년 10월 중국 우량기업의 상장 심사기간을 30영업일로 단축하는 등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 지분 비중이 40%로 높은 점도 자금 조달 측면에서 강점으로 부각된다.
이에 반해 국내 IPO 시장은 투자자 보호 기조 속에서 중복상장 규정을 강화하는 국면에 들어서며 예비심사와 상장 일정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복상장은 허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이후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는 한층 더 보수적으로 전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상장사 자회사로 분류되는 기업들의 예비심사가 지연되거나 일시 중단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디티에스, 덕산넵코어스, 한컴인스페이스 등은 예심 결론이 수개월째 표류하거나 심사 일정이 중단된 상태로 알려졌다.
주식자본시장(ECM) 업계 관계자는 홍콩 시장과 한국 시장의 IPO 시장 구조가 달라 단순 비교하기에는 어렵다면서도 "홍콩처럼 아시아권에 대형 IPO 자금이 모이는 흐름이 뚜렷해지면 아시아 공모 자금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내 시장 역시 글로벌 투자자금 환경 변화를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