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외주가 0.5% 안팎 상승 그쳐

애플이 29일(현지시간) 사상 최대의 분기 실적을 공개했지만 메모리, 저장장치 등 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로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12월 27일에 끝난 해당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1438억 달러라고 이날 장마감 후 발표했다.
종전 최고 분기 매출이었던 직전 분기(작년 7∼9월)의 1025억 달러를 넘어선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 평균 1384억 달러도 웃돈다.
같은 기간 주당순이익(EPS)도 2.84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 늘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며, 시장 전망치 2.67달러보다도 높다. 영업이익률은 48.2%로 집계됐다.
또한 애플은 차기 분기 매출이 13~1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컨센서스인 10%를 상회한다.
그럼에도 애플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0.5% 안팎의 오름세를 나타내는 데 그쳤다.
이는 비용 상승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대한 새로운 수요가 급증하면서, 애플 기기에 들어가는 원자재 가격이 최근 몇 달 사이 크게 상승했다.
특히 아이폰의 속도를 좌우하는 메모리 부품과 사진·영상 저장을 담당하는 저장 장치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비용 상승이 향후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쿡 CEO는 이날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애플 기기에 사용되는 첨단 칩의 공급과 관련해 ‘제약(constraints)’이 있다”면서 “메모리 가격이 상당히 상승함에 따라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AI 기업들이 애플이 오랫동안 최대 고객이었던 공급업체들의 생산능력을 대거 차지하면서, 공급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는 협상력을 갖게 됐다. 심지어 그간 핵심 고객이었던 애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그간 주로 메모리칩을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ㆍ마이크론 등에서 조달해 왔다.
WSJ은 “이러한 비용 상승은 공급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본격 반영하면서 올해 후반 애플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실적은 애플의 D램 메모리 칩과 금과 같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애플의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마케터의 제이컵 본 애널리스트는 “인플레이션에 지친 소비자들의 여건과 지속되는 메모리 칩 공급 부족은 향후 분기 하드웨어 마진에 압박을 가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고마진 서비스 부문의 성장 모멘텀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애플이 향후 이러한 비용 상승을 자체적으로 흡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TF인터내셔널증권의 궈밍치 공급망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비용 상승분을 자체적으로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애플이 내년 출시될 아이폰18 라인업의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대신 매출총이익률 하락을 감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부 마진 압박을 상쇄하는 요인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1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절반으로 인하했다.
또 다른 긍정적 요인은 고가 모델 선호다. 아이폰 구매자들이 과거보다 프로 및 프로맥스 모델로 업그레이드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시장조사 업체 소비자인텔리전스리서치파트너스(CIRP)에 따르면, 이 모델들은 12월로 끝난 분기 미국 내 아이폰 판매의 52%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같은 분기 아이폰 16 프로·프로맥스의 39%보다 크게 증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