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환자 ‘820명’ 강남 성형외과 가보니[K-의료관광 르네상스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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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1등, 앞으론 장담 못해…정책 고민 필요”

병원서 공항 픽업에 미용실 샴푸 서비스까지
현장에선 “비자·부가세·숙박 등 의료관광 환경 개선해야”

▲1월 27일 방문한 강남구 도산대로 렉스타워의 1층 입구에 붙어있는 안내도에 의료기관 상호명과 외국어가 표기돼 있다. (한성주 기자 hsj@)

서울 강남구에서는 미용 시술·수술을 받은 외국인 관광객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크고 작은 의료기관들이 즐비한 신사역 일대는 특히 의료관광이 지역 상권의 핵심 동력이 되는 모습이다. 피부과와 성형외과에 내원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겸사겸사’ 들리는 미용실, 드러그스토어, 카페, 옷가게, 잡화점까지 덩달아 매출이 오른다.

본지는 최근 강남구 논현동 루비성형외과의원에 방문해 국내 의료관광 실황을 살펴봤다. 이 병원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등록된 외국인환자 유치 의료기관이며, 강남구청이 위촉한 강남구의료관광 협력기관이다. 허정우 총괄대표원장은 “외국인 환자가 없으면 대다수 성형외과는 경영에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의료관광 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루비성형외과가 위치한 도산대로 렉스타워는 건물 전체가 커다란 미용의료 복합 센터를 방불케 했다. 1층의 카페와 약국을 제외한 모든 층이 치과, 성형외과, 미용 시술이 주요한 일반의원으로 들어 찼다. 각 층마다 병기된 영어와 한자가 외국인 환자들의 비중을 방증했다. 취재에 앞서 들른 옆 건물 다이소에서는 코와 눈에 거즈를 붙인 중국인 관광객들이 화장품 코너를 구경하고 있었다.

건물의 두 개 층을 차지한 루비성형외과는 상당한 규모를 자랑했다. 고급 호텔 로비처럼 꾸며진 9층에는 진료, 수납, 상담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로비 한켠에 환자의 일행들을 위한 대기 공간이 눈길을 끌었다. 외국인 환자들이 주로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내원하는 점을 고려해 신경써 꾸민 공간이다.

▲1월 27일 오후 루비성형외과의원 9층 로비 (한성주 기자 hsj@)

10층에는 수술실과 시술 공간이 있다. 병원에 따르면 이날 수술 스케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꽉 찼다. 겨울방학과 긴 연휴가 있는 연말 연시는 외국인 환자들은 물론이고 국내 환자도 몰리는 성형외과 ‘성수기’다. 같은 층에 마련된 회복실은 환자들이 낯선 공간에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최대한 편안하고 따듯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병원 관계자는 “겁이 많은 환자의 경우 병원 직원들이 옆에서 계속 말을 걸어주고, 손을 잡아주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2016년 문을 연 루비성형외과의 외국인 환자 진료는 꾸준히 증가해 현재 전체 매출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지만, 3~4년 만에 다시 외국인 환자 수가 급속도로 회복돼 2024년에는 약 600명, 지난해에는 약 820명에 달했다. 덕분에 병원은 적자를 만회하고 사세 확장까지 이뤘다. 이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최근 건널목 맞은편에 피부과 시술을 전문으로 하는 루비피부과의원을 새롭게 열었다.

▲1월 27일 오후 루비성형외과의원 10층 회복실 (한성주 기자 hsj@)

빡빡한 수술 일정 중 인터뷰에 응한 허 원장은 “강남 성형외과 개원가는 이제 외국인 환자 없이는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코로나19 확산 당시 강남에 있는 성형외과의원들이 50억 원에서 많게는 100억 원까지 적자를 봤는데, 외국인 환자 의존도가 그만큼 매우 높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몰려드는 외국인 환자들을 위한 특별 서비스도 다채롭다. 한국에 입국해서 수술·시술을 받고 자국으로 돌아가기까지 전반적인 과정을 병원이 돕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요한 일손도 늘어, 자연스럽게 고용 창출로 이어졌다. 루비성형외과는 개원 당시와 비교하면 조직 규모가 두배 이상 불어났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능력자 6명으로 구성된 해외사업팀이 상주하며 외국인 환자를 응대한다. 마케팅과 각종 국내·해외 업무를 보는 직원들까지 총 7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영어 강사로 활동하다가 루비성형외과에 합류한 최지유 해외사업팀 부장은 “내원 전 온라인 상담은 물론, 공항밴으로 공항부터 호텔까지 픽업·샌딩 서비스도 제공한다”라며 “병원과 도보 거리에 위치한 협력 호텔과 제휴해 예약을 돕고, 수술 후 회복 기간 동안 한국에 체류하면서 즐길 관광지와 식당 정보도 안내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술 후 머리를 감기 어려운 환자를 위해 인근 미용실과 연계해 샴푸 케어를 서비스하고 있다”라며 “환자가 자국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온라인으로 소통하며 경과를 관리해 준다”라고 말했다.

▲1월 27일 강남 루비성형외과의원에서 만난 허정우 총괄대표원장이 외국인 환자 수술 현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외국인 환자들이 한국을 선호하는 이유는 비용이 합리적이고 의료진의 숙련도가 압도적으로 높아서다. 허 원장은 한국 이외에도 베트남 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학술 및 교류 활동으로 해외를 누빈 끝에 이런 결론을 내렸다. 다만, 한국이 계속해서 미용의료 분야 초격차를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중국을 필두로 여러 국가가 빠르게 추격해오고 있지만, 국내 환경은 오히려 발전이 어렵도록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고충이다.

허 원장은 “중국, 태국, 베트남은 새로운 시술을 적극적으로 시도해 기술적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으며, 이를 인터넷상에서 외국인 환자들도 모두 접하고 있다”라며 “미용 목적의 의료관광을 계획할 때 더는 한국이 유일한 선택지가 아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의료기관의 홍보나 마케팅 관련 규제가 매우 엄격하고, 새로운 술기를 도입했다가 환자가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을 때의 분쟁 리스크도 크다”라며 “그간 외국인 환자에게 제공됐던 10% 부가세 환급 혜택도 사라져 한국이 내세울 메리트가 줄었다”라고 꼬집었다.

▲1월 27일 강남 루비성형외과의원에서 만난 최지유 해외사업팀 부장이 외국인 환자 응대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실제로 한국 의료관광에 대한 외국인 환자들의 여론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최 부장은 SNS와 온라인에서 한국 의료관광 관련 해외 평가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비자 발급이 까다롭고, 숙박 시설이 불편하며, 비용 부담도 점차 높아진다는 등 최근 한국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는 분위기라는 것이 최 부장의 설명이다. 이런 전반적인 인프라 문제는 단일 의료기관의 노력으론 극복하기 어렵다.

최 부장은 “지난해 법무부로부터 해외환자 우수유치기관으로 지정돼 의료관광비자 발급이 가능해 졌으나, 약 5%의 환자가 불법 체류 상태라는 통보를 받는 일이 있었고, 비자가 발급되지 않아 예약금을 납부하고도 입국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최 부장은 “최근 부가세 환급 종료나, 숙박업소 규제 강화로 가성비 좋은 숙소를 찾기 어려워진 점에 대해 외국인 환자들 사이에서 불만과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라며 “반면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은 신기술 도입, 공격적인 마케팅, 경쟁력 있는 가격을 앞세워 외국인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의료관광 전반의 환경을 함께 개선해 나가는 정책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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