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외국계 “형평성 고민 필요”

생명보험업계가 정부의 장기 연체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도약기금(배드뱅크)’ 출연금 분담 방식을 둘러싸고 내부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이사회가 분담 기준을 의결했지만 실제 채권 보유 여부와 무관하게 전 회원사가 참여하는 구조가 채택되면서 중소형·외국계 생보사를 중심으로 형평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보협회는 이달 23일 이사회를 열고 생보업계 몫인 새도약기금 출연금 200억 원의 분담 방안을 확정했다. 매입 대상 연체채권을 보유한 회사들이 일부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전체 22개 생보사가 협회비 분담 비율에 따라 나누는 구조다. 이에 따라 삼성·교보·한화·신한·NH농협 등 이른바 ‘빅5’ 생보사가 전체 출연금의 65% 이상을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협회는 각 회원사에 회사별 분담액을 외부에 공개하지 말아달라며 언론 대응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별 금액이 공개될 경우 분담 구조에 대한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안팎에서는 새도약기금의 실질적 수혜가 대형사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새도약기금은 7년 이상, 5000만 원 이하의 무담보 연체채권을 매입해 소각하거나 채무조정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가계대출과 연체채권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한 금융사일수록 직접적인 수혜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매입 대상 연체채권을 보유한 생명보험사는 약 10곳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가계대출 자체가 없거나 대출 규모가 미미해 사실상 대상 채권이 없는 회사가 더 많은 구조다. 그럼에도 ‘포용금융’이라는 명분 아래 전사 참여 방식이 채택되면서 비용 분담의 형평성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중소형·외국계 생보사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가계대출 비중이 낮은 회사들 사이에서는 “실질적인 수혜 가능성이 없는 회사까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적절한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중소 생보사 관계자는 “가계대출로 얻은 수익이 없는 회사까지 동일한 기준으로 분담금을 내야 하는 구조”라며 “논의 과정에서 중소형사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됐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생보협회의 의사결정 구조가 대형사 중심으로 작동해 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른 생보사 관계자는 “상위사들이 출연금을 많이 부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대출 규모가 크고 수혜 가능성도 높은 회사들”이라며 “중소형사 입장에서는 부담 구조와 이에 대한 설명 모두를 납득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협회 측은 업권 전체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채권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금융회사가 포용금융 취지에 공감하고 참여해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서 논의가 진행됐다”며 “회원사 설명과 의견 수렴을 거쳐 이사회 의결로 확정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