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발효 시점 언급 없어…협상용 압박 해석
강공 후 일부 후퇴하는 트럼프식 협상 재현
대미투자특별법 국회 처리 여부가 최대 쟁점
산업장관·통상본부장 잇따라 방미…긴급 협의 추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다시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협상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이에 한국과의 관세 협상에서도 그의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협상 전략인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도망친다)’가 재현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BBC방송, CNBC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아이오와주 디모인으로 이동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질문을 받자 “우리는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세부 사항 언급은 피했다.
그의 이러한 언급은 한국 정부와의 대화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관세 인상을 철회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전날 갑작스럽게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재인상할 것이라고 위협한 것에 대해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 것은 물론 언제부터 관세 인상이 발효되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던 것 역시 실제 관세를 곧장 올리는 것이 아닌 협상을 위한 위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BBC는 아직 트럼프 대통령이 명확히 밝히지 않은 만큼 그의 진의는 불분명하지만, 한국의 조기 대미투자를 압박하는 차원의 발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하고 싶은 상대국에 처음엔 강한 위협을 가한 뒤 그들의 반응을 확인한 후 실제 협상 테이블에서는 수위를 조절하거나 후퇴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트럼프의 협상 방식을 놓고 타코라고 조롱하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이러한 전략으로 성과를 거둬온 만큼 이번에도 유사한 협상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관세를 인하했지만, 한국 정부는 그 대가로 대미투자 약속을 이행하는 데 아무런 진전을 보이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양국이 협상하게 된다면 한국이 미국에 약속했던 3500억 달러(약 499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이행하기 위한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대미투자특별법)의 국회 통과 속행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며 미국산 자동차 수입을 확대하고 일부 비관세 장벽을 철폐하는 대가로 미국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인하했다”며 “그러나 그동안 그들은 투자를 위한 법안조차 통과시키지 못했고 농업과 산업, 디지털 서비스 분야에서도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해 11월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MOU 이행을 위한 법안이 한국 국회에 제출되는 달의 1일 자로 관세 인하 조치를 소급 적용하기로 한 바 있다.
한국 국회에선 지난해 11월 26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대미투자특별법안이 발의됐지만 2개월 넘게 처리되지 않고 있다. 여권에서는 다음 달 중 국회가 법안 심의 절차에 착수할 경우 2월 말에서 3월 초 정도에 해당 법이 의결 및 처리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러운 관세 인상 방침을 밝히자 트럼프 행정부의 진짜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나선 것은 물론 대응책 마련에도 고심하고 있다.
현재 캐나다에서 일정을 진행하고 있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이른 시일 내에 미국으로 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관련 협의에 나설 예정으로 알려졌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방미해 그리어 대표와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