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상문학상에 위수정의 ‘눈과 돌멩이’…삶의 모호함, 설원에 담다

기사 듣기
00:00 / 00:00

죽은 자가 설계한 여행, 애도의 윤리를 새롭게 묻다

▲27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이상문학상 기자간담회에서 대상을 받은 위수정 작가의 모습. (사진제공=다산북스)

제49회 이상문학상 대상이 위수정 작가의 소설 ‘눈과 돌멩이’로 결정됐다. 심사위원단은 애도의 윤리와 인간관계의 모호함을 밀도 있게 그려내 불안 속에서 삶을 견디는 힘을 설득력 있게 형상화했다고 평가했다.

27일 이상문학상을 주관하는 다산북스는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상작과 선정 이유를 이같이 발표했다.

‘눈과 돌멩이’는 20년 가까이 각별한 우정을 이어온 세 친구의 이야기다.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 수진이 남긴 요청을 수행하기 위해 남겨진 유미와 재한은 일본의 설원으로 향한다. 이 여정은 산 자의 선택이 아니라 죽은 자가 설계한 여행이라는 점에서 출발부터 불안과 긴장을 내포한다. 애도의 주체가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죽은 존재라는 설정이 이 소설의 핵심이다.

위 작가는 “소설은 현실의 재구성이지만 이 작품은 단편이 요구하는 서사적 완결성, 이른바 웰메이드의 방식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인물들의 서사가 완결되지 않거나 흐려지고 갑자기 사라지기도 하는데 그게 삶과 닮았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설원은 공간적 배경이면서도 또 다른 캐릭터로 기능한다. 고요하게 내려앉는 눈은 애도의 침묵을 닮았지만 동시에 방향 감각을 잃게 하는 위협으로 작동하는 것.

위 작가는 “차를 타고 뒷좌석에서 보는 설경은 아름답고 평온하지만, 운전하는 사람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다. 자연이 그렇다”라며 “눈을 아름답게만 쓰고 싶지 않았다. 아름다움과 위협이 공존하는 배경으로 쓰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눈은 훼손하기도 쉽고 금방 사라져 다음 날이면 반짝이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삶도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칼이 필요하지만 엉뚱한 곳에서 들고 있으면 무섭듯이요.”

김형중 문학평론가는 “결코 인물과 줄거리로 환원될 수 없는 훌륭한 단편”이라며 “서사만으로 요약 불가능한 어떤 기미와 이미지들이 폭설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풍경처럼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거나 드러내지 못한다”라고 평했다. 설경 속 고도로 정교하게 감추어진 삶의 모호함이 바로 작품의 백미이자 대상을 뽑은 이유라는 게 김 평론가의 설명이다.

이날 위 작가는 삶에 관한 독특한 철학도 밝혔다. 그는 “삶은 어떤 트러블을 겪어도 완결되는 형식으로 끝나지 않는다”라며 “삶에서 포착한 불완전성, 불가해함, 이해하지 못한 채로 헤어지고 끝나는 관계들이 있다. 그걸 소설로 옮기면 빈틈이 많아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지점이 삶과 유사하다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결되지 않은 것이 많고, 완결되지 못한 채로 떠날 수도 있다. 결국 우리는 모두 애도하면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글쓰기에 관해서는 “내가 정말 손에 쥘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했다. 중요한 것들은 눈처럼 쥐는 순간 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작은 돌멩이라도 쥐어보는 것. 나에게는 글쓰기가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이상문학상은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중·단편소설 약 200편을 대상으로 심사가 이뤄졌다. 우수작으로는 △김혜진 ‘관종들’ △성혜령 ‘대부호’ △이민진 ‘겨울의 윤리’ △정이현 ‘실패담 크루’ △함윤이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가 선정됐다. 대상 상금은 5000만 원, 우수상은 각 500만 원이다.

위수정 작가는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소설집 ‘은의 세계’, ‘우리에게 없는 밤’, 중편소설 ‘fin’ 등이 있다. 2022년 김유정작가상, 2024년 한국일보문학상, 2026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