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캐나다까지 ‘투자 연계 보호무역’
기업들 “대응 투자만 늘어나는 구조”

국내 기업들이 미국발 관세 공습에 제3국의 ‘투자 볼모’ 압박까지 가세하면서 거대한 글로벌 보호무역의 그물망에 갇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상호관세 및 자동차 등 품목 관세를 다시 25%로 인상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CPSP)가 촉발한 ‘산업 패키지 딜’ 요구는 미국에 이어 제3국까지 ‘투자 청구서’를 들이미는 ‘보호무역 2.0’의 파상공세에 가로막힌 형국이다. 미국 관세를 피해 현지 생산과 대규모 투자 단행에도 압박이 지속되는 동시에, 캐나다와 유럽연합(EU) 등 주요국까지 현지 생산·고용·기술 이전을 묶은 투자 조건을 내세우면서 글로벌 경영 전략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 입법부가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적었다. 특정 품목을 넘어 국가별 관세 전반을 거론한 점에서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특히 자동차·반도체 등 전략 산업 전반을 겨냥해 현지 생산을 요구하는 압박성 메시지도 반복됐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 이후 ‘공동 팩트시트’ 발표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관세를 지렛대로 한 투자 압박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산업계가 또다시 패닉에 빠졌다. 한국 정부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조속히 미국에 보내 트럼프 행정부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문제는 미국의 파상공세 속에 제3국들까지 자국 이익을 최우선하는 ‘각자도생’ 전략으로 선회하면서, 글로벌 보호무역의 파고가 우리 기업들이 피할 곳 없는 전방위적 압박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60조 원 규모의 CPSP가 대표 사례다. 캐나다 정부는 방산 계약 조건으로 자국 내 제조 기반과 고용 창출, 기술 이전을 포함한 산업 패키지를 요구하고 있다. 특사단 논의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은 수소 생태계 협력 가능성을, 대한항공은 방산 협력 파트너로 거론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두 기업 모두 이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에 대응해 미국 현지에 수십조 원대 투자를 진행한 상황에서, 또 다른 국가로부터 추가 투자를 요구받고 있다는 점을 부담 요인으로 꼽는다. 현대차그룹과 대한항공 측은 현재까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검토 중으로 확정된 사안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투자 연계형 보호무역은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EU는 철강 분야에서 기존 쿼터를 넘어 수입 철강의 조강(쇳물 상태의 초기 가공) 국가 증명서 제출 의무도 신설하면서 역내 생산 여부를 사실상 기준으로 삼는 제도 도입을 시행하기로 했다. 유럽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지 생산이나 가공 공정 투자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산업계에서는 관세를 피하기 위한 투자 결정이 또 다른 보호무역 장벽을 부르는 악순환이 형성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유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주요국은 미국의 무역 조치 강화에 따른 위험을 근거로 규제를 강화 중이나 우리나라가 유사한 대응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대미 수출 차질뿐 아니라 수출 제약이 심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