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법인(유한) 광장이 제약회사를 대리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의약품 불순물(NDMA) 관련 부당이득 반환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고 26일 밝혔다.
의약품에서 불순물이 검출됐더라도 제약회사에 제조·관리상 과실이 없고 인체 위해성도 없다면 보건당국이 제약회사에게 재처방·재조제 비용을 부담하게 할 수는 없다는 판결이다. 그동안 법원은 비슷한 사건에 대해 보건당국의 전문적인 판단 재량을 넓게 보고 제약회사들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단을 내렸는데, 이번엔 다르게 판단했다.
사건의 발단은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일부 의약품에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라는 불순물이 검출된 것이었다. 처음 문제된 의약품은 고혈압 치료제로 쓰이는 발사르탄 성분 의약품으로, 보건당국은 2018년 발사르탄 의약품에서 잠정관리기준을 초과한 NDMA가 검출되었다고 밝히며 환자들이 이미 처방받은 해당 의약품을 다른 대체 약제로 교환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공단은 이 과정에서 발생한 재처방·재조제 비용을 제약회사들이 부담하도록 요구했다. 발사르탄 의약품과 관련해 제약회사들은 공급 당시 정해진 기준을 준수해 의약품을 공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처방·재조제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보건당국이 NDMA에 대한 검출시험 방법을 공고한 이후부터는 제약회사들이 해당 의약품으로 인한 위험을 방지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고 법적 책임을 인정했다. 해당 판결은 2024년 4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발사르탄 의약품에서 NDMA가 검출된 이후 2019년과 2020년에 연이어 위산과다 치료제로 쓰이는 라니티딘 및 니자티딘 성분 의약품과 당뇨병 치료제로 쓰이는 메트포르민 성분 의약품에서도 잠정관리기준을 초과한 NDMA가 검출됐고, 보건당국은 동일한 절차를 거쳐 재처방·재조제 비용을 제약회사들이 부담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제약회사들은 라니티딘, 니자티딘, 메트포르민 의약품과 관련하여 공단이 재처방·재조제 비용을 자신들로부터 징수한 것은 부당하다며 2022년 7월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발사르탄 의약품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이 사건에서도 보건당국이 NDMA에 대한 검출시험 방법을 공고한 이후부터는 제약회사들의 법적 책임이 인정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제약회사들을 대리한 광장은 △발사르탄 의약품과 이 사건 의약품은 화학적 구조가 다르다는 점 △이 사건 의약품은 국제기준에 따를 때 인체 위해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을 구별해야 하고 잠정관리기준과 위해성 평가기준도 구별해야 한다는 점 △NDMA의 발생원인이나 발생기전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의약품 공급자의 제조·관리상 과실을 추정할 수는 없다는 점 △의약품 공급자에게 섣불리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오히려 해당 의약품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에게 공익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 △제조 당시 모든 기준을 충족해 공급된 제품에 대해 사후적인 책임을 물으려면 보다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점 등으로 발사르탄 의약품과 이 사건 의약품을 차별화하는 주장을 개진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소제기 후 3년 6개월의 치열한 공방을 거친 끝에 16일 제약회사들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고, 제약회사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에서 광장 송무팀의 정다주·박현수·김동석 변호사는 법리적인 쟁점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새로운 주장을 발굴해 재판부에 변론했고, 광장 헬스케어팀의 김일권·황세연·홍기수 변호사는 전문영역의 쟁점 및 자료들을 분석해 소송상 주장으로 전환하는 등 관련 전문 팀들이 논거를 개발한 끝에 유사 사건과 차별화되는 결론을 이끌어 냈다.
이번 소송을 주도한 박현수 변호사는 “이 사건은 향후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의약품뿐만 아니라 식품 등 다른 제품에서도 과거에 예상하지 못했던 위험이 새롭게 발견되는 경우 과거의 기준을 모두 준수해 제품을 제조한 공급자가 사후적으로 부담하는 법적 책임의 범위와 한계에 관하여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