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네릭의약품 약가 인하 방안은 현행 53.55%인 약가 산정 비율을 40%대로 낮추겠다는 것이 골자다. 과거 여러 차례 시행된 약가 인하와 유사한 단순 약값 조정처럼 보이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제약바이오 산업 생태계를 뿌리째 흔들 수 있는 파급력이 있다.
산업 현장의 위기감은 상당하다. 최근 필자와 만난 제약업계 관계자는 “생존을 고민할 때 아니겠느냐”라고 되물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결국 정부가 (정책) 방향에 맞춰 뜻대로 내릴 것”이라며 한숨지었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지난해 말 실시한 59개 회원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 제네릭 약값이 40%로 조정되면 연간 매출손실액은 1조2144억 원에 달하며 기업당 평균 영업이익은 무려 51.8%나 급감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이러한 경영 위기감은 신약개발과 연구개발(R&D), 설비확충과 고용 등 미래 투자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
정부가 제약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겠다며 국가 전략 산업으로 격상시켰지만, 이번 약가 인하안은 그 원동력을 스스로 갉아먹는 처사다. 국내 제약사들에 제네릭은 신약개발이라는 긴 여정을 버티게 해주는 유일한 ‘캐시카우(수익창출원)’이자 R&D의 종잣돈이다. 이 자금줄을 마르게 하면서 글로벌 혁신 신약을 내놓으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다.
업계는 “정부가 그토록 외쳐온 ‘바이오 강국 실현’을 위한 K-제약바이오 산업 혁신의 근간이 사라질 수 있다”라고,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K-제약바이오 경쟁력의 기반이 허약해질 수도 있다”라고 우려한다.
약가 인하라는 규제와 산업 육성 정책은 수레의 두 바퀴처럼 같은 방향으로 굴러가야 한다. 일방적인 약가 인하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이라는 숫자와 단기 성과에만 매몰돼, 보건 안보와 산업 경쟁력이라는 거시적 가치를 외면할 우려가 있다. 특히 의약품 생산 중단과 이로 인한 의약품 수급 불안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일방적인 밀어붙이기가 아니라 산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피해를 최소화할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단순히 가격을 깎는 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약가 우대 확대, R&D 투자 비율과 연동한 단계적 인하 적용 등 세밀한 보완책이 필요한 이유다. 산업계 역시 목소리를 더 구체화해야 한다. 단순한 약가 인하 ‘반대’가 아니라, 국산 신약의 가치를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는 구조적 대안을 정부에 선제적으로 제안해야 한다.
정부가 산업 현장의 절박한 호소를 ‘엄살’로 치부하는 순간, K-제약바이오 강국의 미래는 오지 않을 수 있다. 실효성 있는 정부 정책을 위해선 산업 현장과의 대화가 가장 필요한 처방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