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점 인식 커져 개인 매수 둔화
은행, 금리 인하·당국 상시 소통
외환시장에서 달러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한풀 꺾이면서 달러 매수세도 진정되는 분위기다. 연말 이후 정부와 외환 당국이 환율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기업을 중심으로 보유 달러를 일부 시장에 내놓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개인 투자자들의 ‘달러 사재기’ 흐름도 눈에 띄게 둔화됐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22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632억483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보다 24억7674만 달러 줄어 석 달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 이후 두 달 연속 빠르게 늘었던 달러예금이 고점 인식 확산과 함께 방향을 바꾼 셈이다.
감소세는 기업 부문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전체 달러예금의 약 80%를 차지하는 기업 예금은 지난해 12월 말 524억1643만 달러까지 불어났지만, 이달 22일 기준 498억3006만 달러로 크게 줄었다. 환율이 정점에 근접했다는 인식과 함께 외환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한 당국의 현물환 매도 권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개인 달러예금은 여전히 늘고 있으나 증가 속도는 급격히 둔화됐다. 개인 잔액은 지난달 말 대비 1억964만 달러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달 한 달 동안 10억 달러 이상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매수 열기가 크게 식은 모습이다.
환전 흐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이달 들어 22일까지 개인의 원·달러 환전 규모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달러를 원화로 되파는 환전 역시 크게 늘었다. 차익 실현 목적의 달러 매도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환율 상승세가 잦아들 경우 기업과 개인의 달러 매도 압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외화예금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 은행권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주요 시중은행 외환 담당 임원을 소집해 외화예금 현황과 대응 방안을 점검했고 향후에도 정기적으로 외환 수급과 환율 흐름을 점검하기로 했다. 한국은행 역시 시중은행과의 회의를 통해 외화지준 예치 현황과 금리 수준 등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외화예금 운용 기조를 빠르게 바꾸며 ‘환율 방어’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신한은행은 오는 30일부터 ‘쏠(SOL) 트래블’ 외화예금의 달러·유로화 금리를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낮춘다. 하나은행도 ‘트래블로그 외화통장’의 달러 금리를 대폭 인하할 예정이며 우리은행은 이미 외화예금 금리를 크게 낮췄다. 외화 보유 유인을 줄여 시장에 달러 공급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은행들이 달러를 원화로 바꿀 때 환율 우대를 제공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으나, 환율 추가 상승 기대와 수출기업의 결제 편의성을 이유로 외화 수요를 단기간에 줄이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외화 수요의 상당 부분이 기대 심리에 기반한 만큼 미시적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달러 고점 인식이 확산되면서 외화예금 쏠림은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며 “환율 변동성이 커진 환경에서 은행과 당국의 공조, 자금 흐름 변화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