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소부장 가능성 입증⋯기대감↑

미‧중 갈등과 생물보안법 통과 등으로 글로벌 바이오 공급망이 자국·우방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국내 바이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이 해외시장과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양산라인을 동시에 두드리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마이크로디지탈이 북미 시장 진출과 셀트리온 상업 생산라인 공급에 잇달아 성공하며 K바이오 소부장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디지탈은 최근 글로벌 산업재 소부장 기업 파커하니핀과 일회용 바이오리액터 ‘옵텍’에 대한 포괄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북미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지난해 진행한 데모·검증 공급을 통해 품질과 사양을 확인받은 뒤 상업 공급 단계로 전환된 것이다.
바이오 소부장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과정에서 사용되는 생산설비와 일회용 소모품을 뜻한다. 세포 배양기(바이오리액터), 일회용 백(싱글유즈 백), 배지 등이 대표적이다. 바이오의약품은 생물학적 기반 치료제인 만큼 제조 공정이 까다롭고 오염에 민감해 공정 안정성과 품질을 좌우하는 장비의 중요성이 크다.
마이크로디지탈이 파커하나핀과 계약한 일회용 바이오리액터는 세포 배양을 통해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공정에 사용되는 필수 장비다. 회사 측에 따르면 옵텍은 방향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믹싱이 가능해 기술적 차별성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이는 특허 분쟁 가능성을 낮추는 동시에 공정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북미 일회용 바이오리액터 시장은 2026년 약 22억 달러(약 3조 원)에서 2030년 약 47억7000만 달러(약 7조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21.4%에 달한다. 이중 북미는 전 세계 시장의 약 36%를 차지하는 최대 단일 시장으로 글로벌 제약사와 CDMO의 핵심 전략 지역으로 꼽힌다.
이건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일회용 공정이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국면에서 관련 장비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며 “이번 계약을 통해 마이크로디지탈이 북미 고객사 주문에 대응할 수 있는 공급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 양산라인 진입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마이크로디지탈은 지난해 12월부터 셀트리온 상업 생산라인에 일회용 백 종류 중 하나인 2D백(제품명 더백) 공급을 시작했다. 2D백은 배양부터 샘플링, 완제 이송까지 전 공정에 사용되는 필수 소모품이다. 베개 모양의 ‘필로우 백(Pillow Bag)’ 형태를 띠며 바이오의약품 저장과 운송 과정에 활용된다.
이 시장은 글로벌 기업들이 과점 구조를 형성하고 있어 가격, 납기, 품질 이슈가 반복됐다. 국산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된 배경이다. 마이크로디지탈은 약 4년에 걸친 검증과 테스트를 거쳐 상업용 양산라인 공급에 성공했다.
마이크로디지탈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시장은 해외 제품 의존도가 높아 국산 소부장 확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이번 공급은 연구소 단계를 넘어 셀트리온 상업용 생산라인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로디지탈의 북미 진출과 대형 CDMO 공급 사례가 국내 바이오 소부장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는 평가다. 국내 바이오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팜 등을 중심으로 성장해왔지만 원부자재 국산화율은 여전히 낮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 기업이 사용하는 원부자재의 90% 이상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이후 바이오 제조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며 대형 제약사와 CDMO를 중심으로 일회용 장비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여기에 생물보안법 통과로 공급망의 자국·우방국 중심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한국 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한 소부장 기업 대표는 “국내 바이오 소부장 산업은 레퍼런스와 트랙레코드가 부족해 글로벌 시장 진입 문턱이 높은 분야다. 이런 구조 속에서 한두 곳이라도 글로벌 고객사와 상업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성과를 내는 기업이 나오면 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가 형성된다”며 “선도 사례가 만들어져야 후발 기업들도 시장에 진입하고 생태계 전체가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