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폭삭 속았수다’에서 ‘국민 순정남’ 양관식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한 남자배우의 과거 발언이다. 물론 이 발언 역시 드라마 속에서다. 그는 극 중에서 아내에게 ‘바람을 피우다’ 들키며 배신남의 아이콘이 되고 말았지만 (극중에선) 연신 당당했다. 그렇다. 그의 말대로 사랑은 죄는 아니다. 문제는 사랑을 하고 있는 당신이 지금 어떤 처지에 있는 지 여부다. 대한민국 기혼여성(혹은 연애중인 미혼여성) 중 현재 ‘사귀는’ 남자에게 딴 여자가 생겼을 때, “사랑이 죄가 아니다”라고 인정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귀는 상대가 없을 때 그제야 사랑은 죄가 아니다. 그래서 (스토커만 아니라면) 언제나 짝사랑은 ‘무죄’인 것이다.
배신남의 극중 대사를 대뜸 소환한 이유는 최근 불거진 한 스타 셰프의 과거 행적 때문이다. 어떤 잘못에 대해 사과를 하거나, 과오를 고백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현재 지금 어떤 위치(혹은 입지)에 있는지가 특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한 차례 요리경연 프로그램에서 우승을 차지한 임성근 셰프는 넷플릭스 화제의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시즌2에도 출연, 명성을 드높이고 있었다. 그런데 돌연 1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과거 음주운전 전력을 ‘스스로 고백’했다. “10년에 걸쳐서 3번 정도 음주운전을 했다”는 그는 “바쁘고 힘든 삶을 살다 보니까 술을 좀 많이 좋아했었는데 너그럽게 한 번 용서해 주시길 바란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사과 뒤에 따라온 것은 수많은 대중의 비판이다.
임 셰프가 사과에 앞서 유튜브 채널에 위스키 브랜드 광고영상을 올렸다가 지운 사실, 한 주간지가 음주운전 전력 취재에 돌입하자 선제적으로 사과 영상을 올렸다는 의혹, 음주운전이 3차례 뿐만 아니라 더 있었다는 보도 등이 잇달아 나오면서 여론은 더 싸늘해졌다.
만약 우리 동네 옆집 아저씨가 어느 날 대뜸 임 셰프처럼 음주운전을 고백했다면? “네, 앞으론 그러지마세요” 하면 끝이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임 셰프의 현재 사회적 지위를 냉정히 봐야 한다는 점이다. 엄밀히 따지면 임 셰프는 유명 연예인도 아니고 방송계에 정식 데뷔한 인물도 아니다. 소위 말하는 ‘공인’이 아닌 것이다. 그저 요리 실력 하나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고, 방송은 그를 소개하는 하나의 창구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이제 ‘사실상의 공인’으로 대중의 도덕적 잣대 앞에 서있고, 21일자로 모든 방송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이제 우리는 연예인이나 정치인만이 아니라 방송에 출연한 ‘일반인’조차 엄격한 검증과 사생활 노출의 대상이 되는 시대에 살게 됐다. 이로 인해 개인의 이력과 과거는 무차별적으로 파헤쳐지고 ‘공인’과 ‘비공인’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었다. 유명세를 얻게 된 순간부터 그 사람은 마치 사회적 모범을 보여야 할 의무를 가진 존재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이처럼 ‘공인화’된 일반인에겐 유명세는 독이 되고 만다.
물론 과거 음주운전은 분명 잘못된 행위이며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SNS, 유튜브, OTT 플랫폼이 어느새 ‘공적 공간’이 되면서, 이곳에 등장해 유명세를 탄 인물에게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사회적 감수성이다. 그러나 그 요구가 균형을 잃고, ‘논란을 만들기 위한 논란’으로 흐를 때 오히려 쉽게 누군가를 무너뜨릴 수 있다. 그로 인해 그와 협업한 기업들, 특히 소규모 중소기업은 갑작스러운 사회적 비난과 매출 타격을 피할 수 없다. 한 개인에 대한 검증 방식이 그저 일방적 낙인과 배제로 국한된 마녀사냥 식이라면, 그로 인해 엉뚱한 방향으로 피해가 또 생길 수 있음도 잊지 말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