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징역 23년, 왜 이렇게 무거웠나…法 "위로부터의 내란, 위험성 훨씬 커" [종합]

특검 15년 구형 넘어선 징역 23년 선고·법정구속
法 "계엄은 친위 쿠데타"…내란 중요임무 종사 유죄
문건 은닉·위증도 중형 사유…"책임 회피 반복"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법원이 12·3 비상계엄을 “위로부터의 내란, ‘친위 쿠데타’”라고 명확이 규정하고 헌법 질서를 무력으로 파괴하려 한 ‘국헌 문란 목적의 폭동’에 해당해 형법상 내란죄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12·3 내란’에 대한 사법부의 첫 판단으로 향후 윤석열 전 대통령 등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21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전직 국무총리가 법정에서 구속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는 국무총리로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말려야 할 헌법적, 법률적 책임이 있었지만 오히려 내란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담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앞서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한 전 총리에게 구형한 징역 15년을 크게 웃도는 무거운 형량이다. 비상계엄이 ‘위로부터의 내란’으로 규정한 만큼 기존 내란과 비교할 수 없는 위험한 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尹 비상계엄은 내란"…법원, 12·3 사태 성격 첫 명시

재판부는 사건의 전제가 되는 12·3 비상계엄의 성격부터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와 함께 국회와 정치 활동을 제한하는 포고령이 발표되고 국회 등에 군과 경찰이 투입된 점 등을 종합해, 12·3 비상계엄이 단순한 위헌·위법을 넘어 '내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윤석열과 김용현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이에 근거해 포고령을 발령했는데, 포고령은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았고 헌법이 보장하는 의회주의를 소멸시키며 언론·출판의 자유를 제한해 헌법과 법률의 기능을 무력화하려는 목적이었다"며 "비상계엄은 국헌 문란 목적에서 발령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다수의 군인과 경찰 공무원을 동원해 국회 등을 점거하고 유형력을 행사함으로써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폭동을 일으켰다"며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제한 행위는 형법 87조가 정한 내란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 판단을 전제로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단순히 계엄을 막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한 수준을 넘어, 계엄 선포에 필요한 절차적 외관을 형성하는 데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로 인정되는 행위로 △국무회의 심의 외관 형성 △헌법·법률상 총리에게 부여된 자기 의무를 위반한 부작위 △국무위원 부서 외관 형성 시도 △주요 기관 봉쇄 계획 및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이행 방안 논의 등을 들었다.

특히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 전 의사정족수 충족을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선별 소집하는 과정에 관여했고, 직접 장관들에게 연락해 도착을 재촉하는 등 정족수 확보에 기여했다고 봤다. 국무회의장에 원격 영상회의 장치가 있었음에도 이를 활용해 전원 참석 회의를 제안하지 않은 점을 두고, 재판부는 "피고인이 국무위원들의 뜻을 모아 계엄을 만류하려 했다면 국무위원 전원을 참여시키는 방식의 원격 영상회의를 제안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한 전 총리의 행위가 계엄을 막기보다는 외형을 갖추는 데 가까웠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서 외관 형성 시도도 중요하게 봤다.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상 문서로 이뤄지고 국무총리·관계 국무위원의 부서가 요구되는데, 한 전 총리가 "회의에 참석했다는 의미로 서명할 수 있지 않느냐"는 취지로 서명을 직접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통상 국무회의에 수기 서명 절차가 없는 점을 근거로, 당시 서명은 단순 참석 확인이 아니라 계엄 선포에 필요한 부서 확보 시도였다고 봤다.

계엄 선포 뒤에도 한 전 총리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이행 방안을 논의하고 이를 제지하지 않은 점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는 근거에 포함됐다. 재판부는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가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준하는 성격을 갖는데, 총리로서 이를 막기는커녕 이행을 독려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공소장에 적시된 모든 행위를 중요임무 종사로 보지는 않았다. 윤 전 대통령 행사 대리 참석 지시 수락, 계엄 해제 국무회의 심의 지연 의혹 등은 "그 자체만으로 중요임무 종사로 보기 어렵거나 고의가 인정되기 어렵다"며 제외했다.

재판부는 허위공문서작성,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및 공용서류손상, 위증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했으나, 허위공문서 행사 혐의에 대해서는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16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공판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법원은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번 선고는 내란 관련 사건 재판 중 처음으로 나오는 판결이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12·3 비상계엄은 위로부터의 내란"…특검 구형보다 무거운 이유

재판부가 한 전 총리에게 특검 구형(15년)을 크게 웃도는 징역 23년을 선고한 핵심 이유는 12·3 비상계엄 사태를 '위로부터의 내란', 즉 '친위 쿠데타'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국민이 선출한 최고 권력자가 헌법 질서를 무너뜨리려 했다는 점에서 기존 내란 사건과는 위험성의 차원이 다르다고 판단했다. 기존 내란죄 양형을 기준으로 삼을 수 없을 만큼 더 위험한 행위로 본 것이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이 사건 내란은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인 윤 전 대통령과 그 추정 세력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성격상 '위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한다"며 "이러한 형태의 내란은 이른바 친위 쿠데타로 불린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세계사 사례를 들며 친위 쿠데타의 파괴력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친위 쿠데타는 많은 경우 성공해 권력자가 독재자가 됐고, 국민의 생명·재산 등 기본권이 침해됐으며, 국가의 경제와 외교가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독재 권력이 약해지는 시기에는 내전이나 전쟁으로 국가와 사회가 회복하기 어려운 혼란에 빠진 사례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12·3 내란은 이러한 위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아래로부터의 내란과는 위험성의 정도를 비교할 수 없다"며 "무엇보다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가 헌법과 법률을 경시하고 이를 위반함으로써,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념 자체를 뿌리째 흔들었다는 점이 가장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이 사회에 남긴 후유증도 양형에 반영했다. 재판부는 "현재 우리 주위에는 헌법과 법률에 근거 없는 '계몽적 계엄', '경고성 계엄' 같은 주장을 당연한 듯 주장하는 사람들, '서부지법 폭동'과 같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위해서는 헌법과 법률을 쉽게 위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며 "12·3 내란은 이런 잘못된 주장과 인식을 양산하거나 그 상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과거 내란 사건 판례를 양형 기준으로 삼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기존 내란 사건이 발생하던 시기와 12·3 내란이 발생한 시기의 대한민국 국제적 위상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며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대한민국에서 친위 쿠데타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가져온 정치·경제적 충격은 과거 내란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밝혔다.

내란이 수시간 만에 종료됐고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도 감형 사유로 보지 않았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무총리로서 헌법을 수호하고 실현해야 할 헌법적 의무를 지는 인물"이라며 "그럼에도 내란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판단 아래 그 일원으로 가담하기로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국무총리로서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사후 자신의 안위를 위해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은닉하고, 계엄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처럼 보이기 위해 허위 공문서를 작성했다가 폐기했으며, 헌법재판소에서 위증했다"며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이 사회의 정치적 불신과 갈등이 더욱 심화됐고, 이 상처가 쉽게 봉합될 것 같지 않다. 진정성 있는 반성이나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양형에 불리한 사정을 열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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